『남편의 나라 한국이 이젠 내 고향이죠. 요즘은 신앙생활로 모든 것을 비우며 살고 있어요. 많은 것을 가졌을때 보다 다 내려놓으니까 너무 편해요. 비운만큼 하느님의 은총이 충만해 지는것을 매일 느끼며 살아요』 세월의 무게만큼 짙게 팬 주름에서 일본인에서 한국인으로 어느덧 동화돼 버린 자신을 발견하고 감회에 젖는 伊東澄子회장은 간단한 말로 일상의 심경을 밝혔다.

전국적으로 회원5백명으로 조직된 친목단체 부영회충북도지부(재향일본부인회)의 伊東澄子회장(81·前 청주대학교 일어일문과교수)은 또 한번의 광복절을 맞으며 교육계에서는 정평이 있던 작고한 남편 정일훈씨에 대한 그리움을 감추려는 듯 애써 미소로 대신했다. 지난75∼95년까지 20년간 청주대에서 교수로 역임, 그래서인지 전국 사방에 제자들이 많아 틈틈이 전화 안부를 묻거나 찾아오는 덕에 일상의 외로움을 잊고 지낸다.

이처럼 한국에 나와 살고있는 일본인들로 구성된 부영회 회원들은 이미 작고한 분들이 많아 이제는 겨우 10명정도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 단체를 통해 외국에 대한 이질감과 삶의 외로움을 다독거리는 힘의 원천이 되고 있다.

지난39년 동경 도청근무를 하던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남편을 따라 한국에 나온 伊東회장은 슬하에 6형제를 두었으며 작년 10월 교직에 있던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는 아픔을 가슴에 묻고산다. 세월과 함께 신앙의 깊이가 깊어지는 이유를 대신하는 伊東회장은 이젠 정말 한국이 내고향이라는 생각을 하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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