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수업도 이해 못하는데… 사교육비만 부채질

"차라리 한글을 없애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2010년부터 모든 고등학교에서 영어로 수업하고 일부 농어촌 지역에서 일반과목도 영어로 수업하는 몰입교육을 시범 실시하겠다고 발표하자 일선교육현장은 현실성이 없는데다 사교육비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24일 "2013학년도 대입에서 도입되는 영어능력평가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이 고교에서 공부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도록 2010년부터 교육과정과 교과서, 교사제도를 전면 개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도농간 영어교육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농어촌지역 학교를 대상으로 영어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수학이나 과학 등 일반과목도 영어로 수업하는 영어 몰입교육도 시범 실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선학교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일선학교 교사는 "한글로 된 수업도 이해를 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는데 다른 과목 마저 영어로 수업을 하게 되면 다른 과목을 배우기 위해 영어를 집중하고 이해도 매우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교육현장을 알지 못하는 실현 불가능한 정책"이라고 일축했다.

또 다른 교사는 "수학 등을 영어로 가르치면 교사 수급은 어떻게 되며 영어 수업을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결국 영어를 배우기 위해 학원으로 발길을 돌리는 등 사교육비 증가를 부추길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과 학원가도 사교육비 상승 등 심한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고1학년 학생을 둔 이모(46)씨는 "영어가 중요하지만 영어수업은 정서적으로 우리나라 실정이 맞지 않고 영어과외 등이 심해질 수 있다"며 "영어교육을 위해 부유한 가정은 학원이라도 보내면 되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은 그마저도 못할 수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학원관계자는 "현재 토익학원처럼 영어능력시험을 준비하기 위한 영어학원이 생기고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회화학원이 많이 늘어날 수 있다"며 "그러나 자녀를 키우고 있는 만큼 영어에 대한 사교육비도 만만치 않게 들어갈 수 있고 다른 과목 학원들은 도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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