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실분 6기·토기·온돌·爐 등 다량 발굴

충주지역에서 석실분, 토기 등 5세기 무렵의 고구려계 유구과 유물들이 사상 처음이자 다량으로 출토됐다. 특히 이는 고구려가 충주 일대는 장기간 경영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어서 국내 역사고고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재단법인 중원문화재연구원(원장 차용걸 교수·충북대)은 지난해 12월 말부터 최근까지 40여일간 충주시 클린에너지파크 건설예정 부지인 이류면 두정리 355 일대에서 발굴조사 활동을 벌였다.

▲ 충주지역에서 5세기 무렵의 고구려가 일대를 장기 경영했음을 보여주는 이류면 두정리 일대에서 발굴된 석실분.
그 결과, 일대에서 석실분 6기, 몸통이 긴 항아리(일명 장동호), 목짧은 항아리(단경호) 등 토기류 기와가마 1기, ㄱ자형 온돌 1기, 爐 3기 등 유구와 유물을 다량 발굴했다고 13일 밝혔다.

이중 흑갈색 마연토기는 전형적인 고구려계 토기로, 남진기(5세기 무렵) 고구려가 충주를 장기간 경영했음을 보여주는 최초의 사료적인 증거로 평가받고 있다.

지도위원으로 참여한 성정용(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고구려계 토기는 표면을 나무칼 등으로 깍았고(일명 마연), 따라서 그 표면이 백제·신라 토기와 달리 반질반질 하다"며 "이번에 발굴된 토기류도 전형적으로 이 부류에 속한다"고 밝혔다.

그는 "발굴된 토기 중 단경호는 기술적 완성도가 매우 높다"며 "따라서 지방 장인이 아닌 당시 군사들과 함께 내려온 고구려 내부의 중앙 장인 작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같은 추정이 맞다면 군사를 포함한 당시 고구려 지배계층은 충주에 짧은 기간 머무르거나 신라 경유 루트가 아닌, 적어도 2세대(60년) 정도 거주하면서 충주 일원을 경영했다는 이론이 성립되고 있다.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 신창수 소장은 "죽은 사람을 위해 석실분을 만들도 또 토기를 생산하려면 산술적으로는 2세대 이상 정착해야 가능하다"며 "따라서 이번 발굴은 당시 고구려 지배집단이 국원성(당시 충주)을 장기간 경영한 것을 입증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발굴은 국원성의 치소(행정 중심지)가 어디인지를 둘러싸고 빚어졌던 충주시내설, 현재의 중앙탑 인근설, 장미산성설 등 3가지 논란에 결정적인 힌트를 제공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충주시는 이번 유적지가 갖는 역사적 중요성을 감안, ▶6기의 석실분 중 2기는 노출 보존하고 ▶나머지 4기는 지하매몰 보존하며 ▶기와가마는 연장 발굴키로 했다.

/ 조혁연·정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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