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래 민간어원설 아닌 어원적 고증에 충실

▲ 도유형문화재 제 28호인 진천 농다리 모습이다. 이와 관련, 많은 사람들이 지명 농다리는 지네처럼 생겼기 때문으로 알고 있으나 이는 농궤짝을 쌓아올린 모습의 다리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충북대 조항범 교수, 진천 지명어원 출간

'까치골은 까치(鵲)가 많이 살기 때문에 붙여진 지명일까. 어원학상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 작은 골짜기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작은 설(설 전날)을 까치설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

어원 연구로 전국적인 지명도를 갖고 있는 충북대 조항범(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최근 지명 어원집인 '진천군 지명 유래'를 690여쪽의 방대한 분량으로 펴냈다.

지명에 대한 연구는 지난 90년대 학문적인 붐이 일었다. 그러나 당시 붐은 이른바 민간어원설을 바탕으로 한 것이 많아, 고증면에서는 무게감이 다소 떨어졌다, 조 교수의 이번 저서는 이 부분을 상당히 메꾸고 있다.

그는 옛문헌을 참고하는 한편 진천지역 자연마을을 빠짐없이 방문, 그곳 촌로들을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자료 수집을 했다. 따라서 里단위 밑의 자연마을 이름까지 망라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전국 각지와 진천지역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마을 이름의 상당 부분을 고증적으로 해석, 국내 지명연구 분야를 한 단계 진일보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중 읽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앞서 언급한 까치골 외에 싸리재, 동막, 점말, 방아골, 잣고개, 사자골, 풀목골, 소터골, 도둑골, 농다리 등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전국 고개에 많이 등장하는 '싸리재'를 싸리가 많이 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알고 있다. 진천 백곡면 대문리 싸리재도 같은 경우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높은 고개'라는 뜻이다.

조 교수는 "이때의 싸리는 살(矢)과 같인 가늘고 긴 고개로 볼 수 있으나 수리(峰·頂·上 뜻의 순우리말)가 된소리 현상과 함께 모음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며 "이 경우 싸리재는 '높은 고개'라는 뜻이 된다"고 말했다.

잣고개에 대해서는 "잣고개의 잣을 잣나무로 보는 경우가 많으나 전국 지명을 참고할 때 이때의 '잣'은 城(성)의 뜻을 지닌 것으로 봐야 한다"며 "실제 진천 잣고개 주변에는 성이 존재했었다"고 밝혔다.

그는 방아골에 대해서도 언급, "언뜻보면 방앗간이 있어 생긴 지명으로 볼 수 있으나 근거는 희박하다"며 "골짜기가 디딜방아처럼 Y자 형상을 하고 있는 곳에 방아골 지명이 많다"고 말했다.

동막에 대해서는 "전국적으로 대단히 많게 존재하는 이 지명은 ▶동막이가 있던 곳 ▶동쪽이 막힌 곳 ▶독을 굽던 골짜기 등의 설을 갖고 있다"며 "확실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동막이 있었던 골짜기로 보는 것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때의 동막은 논에 물을 대기 위해 둑을 막아 저수하는 시설을 뜻한다.

이밖에 조 교수는 ▶'점말'은 과거 옹기점이나 사기점이 있었던 곳 ▶'사자골'은 사직단이 있던 골짜기 ▶'풀목골'은 풀뭇간(대장간)이 있던 곳을 의미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또 소터골은 소나무가 많거나 솟대가 있던 곳, 도둑골은 두두룩한 언덕이 있는 곳, 농다리는 농궤짝을 쌓아 올린 듯한 다리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필요에 의해, 필요한 만큼 만들어진 것이 지명이라며 그 속에는 옛사람들의 생각, 생활, 문화 등이 잘 녹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책은 희망자에 한해 한정적으로 무상 배포할 예정이다. 261-2167 / 조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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