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탄뼈 다량 나왔으나 화덕은 발견되지 않아
단양 구낭굴은 당시 한반도 구석기인의 거주지였을까, 계절성 사냥캠프였을까.
한국선사문화연구원(원장 이융조·한국전통문화학교 초빙교수)이 지난해 발굴 조사한 단양 구낭굴에 대한 학술보고서를 150여쪽 분량으로 발간했다.
단양군과 한국선사문화연구원(조사원 김혜령)은 지난해 2~3월 단양군 가곡면 여천리 구낭굴 유적(해발 312m)에 대한 제 4차 발굴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2~3만년전으로 추정되는 구석기 문화층에서 소나무, 참나무류, 팽이나무, 벚나무, 고로쇠, 물푸레나무류의 탄화목(숯)이 집중적으로 발굴됐다. 이중 소나무류가 22%를 차지,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였다.
이와 함께 사슴, 곰, 노루, 두더지, 사향노류, 산양, 스라소니, 토끼, 호랑이, 개구리 등 다수의 동물뼈도 발굴됐다. 이중 사슴이 41%를 차지,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밖에 간뿔연모와 뼈연모 그리고 불탄 뼈, 자른 자국이 나타나는 뼈 등 당시 구석기인의 문화행위를 밝힐 수 있는 도구도 다수 수습됐다.
이와 관련, 이번 보고서는 "당시 식물상에 대해 소나무 외에 벚나무, 고로쇠, 물푸레나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당시 기후가 온습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또 동물상에 대해서는 "사슴뼈가 가장 많은 것은 사슴을 가장 많이 사냥한 것을 의미한다"며 "특히 어린 사슴뼈가 많은 것은 그 만큼 사냥이 쉬웠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보고서는 사슴뼈를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 "어린 사슴의 치령(齒齡)은 1살 미만이 가장 많았다"며 "따라서 당시 사람들이 봄철에 태어난 사슴 새끼를 여름과 가을철에 주로 사냥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는 주거개념을 명확히 기술하지 않아 구낭굴이 당시 사람의 거주지였나, 아니면 계절성 사냥캠프였나의 논란을 낳고 있다.
보고서는 ▶불탄뼈가 발견됐기 때문에 당시 사람이 불을 사용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동굴내에서 화덕은 발견됐지 않았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보고서는 '구낭굴=당시 구석기인 주거지'라고 확정된 기술은 하지 않았지만 그 가능성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일부 전공자들은 이같은 견해에 대해 화덕이 발견되지 않은 점을 주목, 현재까지는 '구낭굴=계절성 사냥캠프'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이들은 그 추정으로 "거주지라는 정주개념이 입증되려면 '겨울에도 살았다'는 것이 입증돼야 하는데 불탄뼈만으로는 그 고증이 쉽지 않다"며 "일단 사냥한 동물을 동굴로 끌고와서 불에 익혀 먹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추정도 발굴을 계속할 경우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내용이어서 추가 발굴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원장은 "구낭굴은 5만년 이후의 퇴적층이 잘 보존되고
있는, 얼마 안되는 국내 제 4기 지층"이라며 "추가 발굴을 통해 당시 문화정보를 명확히 규명, 국가사적 지정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구낭굴은
한 교사의 제보로 존재 사실이
알려졌다. 석회암 동굴유적으로 충북대 박물관팀이 3차례에 걸쳐 한정된 구역을 발굴했다. 조사 결과, 동굴 너비 5.5m 길이 140m로 지금까지
8개의 층위가 확인됐다. 지난 94년 도지정기념물 제 103호로 지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