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점 프로그램 5월 보급 … 학기초 활용 실효성 논란
2교시 사회 과목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만난 학생들은 장난치고, 떠들고 장난끼 가득했다.
책을 찾아보거나 서로 답안을 맞춰보는 몇몇 학생들의 얼굴엔 웃음과 그늘이 교차했다.
▲ 신중하게 문제 푸는 학생들국가 수준 교과 학습 진단 평가가 11일 전국 초등학교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이날 오전 청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이 신중한 표정으로 문제를 풀고 있다. / 노승혁 | ||
교육부는 당초 학생들의 부담을 의식해 전국단위 진단평가를 감추려했지만 몇몇 학생들은 미리 알고있었다.
그러나 이 학교 대부분의 학생들은 '국가수준 교과학습 진단평가'가 무엇인지 몰랐다.
이들은 "그냥 선생님이 학기초 평가시험을 치르니 5학년 과정을 복습하라고 하셨어요"라고만 대답했다.
오히려 "전국의 학생들이 다 시험을 봐요?"라며 깜짝 놀라는 친구들은 "그럼 전국에서 몇등했는지 나오나요" 라며 금새 풀이 죽는다.
석차나 점수가 공개되지 않는다고 말하자 반응이 엇갈렸다.
자신의 전국 등수를 알고 싶어하는 학생도 있었지만, 성적이나 석차가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이구동성 외치는 학생들이 많았다.
담임교사는 "학기초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평가하는 것은 그동안 해온 과정"이라며 "학교에서 자체 출제하는 것 보다 전국단위로 하다보니 보다 양질의 문제로 객관적인 평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교조 충북지부 관계자는 "진단평가 자체가 일제고사 형태로 치러져 초등학생들을 무한 경쟁으로 몰아가 과중한 심리적 부담과 고통만 안겨주고 있다"고 말했다.
▶3월 시험, 결과는 5월=이날 충북지역에서 진단평가를 치른 학생은 254개교에서 6만여명.
전국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일제고사는 1996년 이후 대부분 사라져 그동안 전국에서 1%만 표집해 치렀지만 10년만인 올해 다시 전체로 확대됐다.
이에따라 충북은 15개교에서 학년별 230명 정도를 표집해 교육부로 답안을 보낸다.
이날 평가시험은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등 5과목을 대상으로 5지 선다형으로 비교적 쉽게 출제됐고, 영어 교과는 듣기평가도 치러졌다.
지난 6일 각 시·도교육청 주관으로 실시된 중학생 진단평가 처럼 개인 성적표는 제공하지 않는다.
교육부는 시험 응시자의 1%만 표집해 성적을 내고 이를 토대로 학생들이 각 과목별로 목표수준에 도달했는지 여부만을 참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그러나 채점 세부 프로그램이 아직 보급되지 않아 5월께나 정확한 결과를 알 수 있다.
학기초 '학생들의 교과학습 성취수준 및 기초학력 미달학생 파악'이라는 진단평가의 원래 목적은 학기중에서야 반영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충북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평가는 성취도 85점을 기준으로 도달, 미도달만을 파악한 뒤 영역별 자세한 분석 프로그램은 5월중 보급될 예정"이라며 "학교별 교사가 시험결과를 충분히 파악할 것으로 예상하나 세부 프로그램을 사전에 보급하지못한 채 서둘러 시험을 치른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박익규 기자
addpark@j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