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준/ 제2사회부장
386 대학동창들이 모인 술좌석에서 공무원에 대한 비판이 안주감으로 등장했다. 공무원들이 한손엔 규제, 한손엔 철밥통으로 무장하고 우리사회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험악한 말도 나왔다. 분위기가 서먹해지자 대기업 간부로 있는 동창이 공무원 친구에게 "철밥통 소리를 들으면 어떠냐. 생명력만 길으면 됐지" 라며 위로했다.

그러나 공무원 친구는 "그 철밥통에 언제 밥이 가득찬적이 있느냐"며 "네 연봉의 절반도 안된다"고 정색을 했다.

요즘 공무원들은 피곤하다. 봄이 완연하지만 여전히 추위를 탄다. 업무가 과중하다면 몸으로 때우면 그만이지만 공무원사회에 대한 변화의 바람을 온몸으로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공직개혁을 유난히 강조한다. '작은정부'를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있고 실제로 부처를 통폐합하거나 구조조정 하면서 공무원들은 언제 내몰릴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는 심지어 공무원은 '머슴'이라며 "말은 머슴이라고 하면서도 국민에게 머슴역할을 했나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말까지 했다.

지방공무원들도 춥기는 마찬가지다. 멀리 서울과 울산, 부산까지 갈것도 없다. 충청권 일부 시·군도 공직사회 쇄신에 동참하고 있다.

'보직아웃제', '부조리공무원 신고포상제', '무능공무원 특별임무 부여'등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다양한 제도는 실행여부를 떠나 공직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왜 공직사회가 도마위에 올라있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조직이 너무 방만해졌지만 군살빼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이 만연돼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뻥튀기 처럼 부풀어진 공무원 증가세를 감안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참여정부시절에만 늘어난 공무원이 3만5천783명에 달한다. 지난 2005년 철도청 공사화로 감축된 인원 2만9756명을 포함하면 이 기간동안 6만6천156명이 증가한 것이다.

더 이해하기 힘든것은 지방공무원이다. 군단위 인구는 해마다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공무원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행정서비스의 질이 높아진것도 아니다.

민간부문에선 경영구조 합리화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며 인력감축에 나서는동안 공무원은 팽창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선진국은 다르다. 이웃 일본은 국가공무원을 5년간 5% 감축하고 하루 30분씩 인정하던 공무원 유급휴식제도를 폐지했다.

프랑스도 앞으로 5년간 퇴직 공무원의 절반만 충원해 공공부문 일자리 10만개를 없애고 국가예산에서 공무원 급여가 차지하는 비중(현재 44%)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세계 최고수준의 연봉을 받는다는 싱가포르 공무원들도 매년 10%는 물갈이 된다고 한다. 매년 GDP(국내총생산) 성장률과 개인별 실적에 따른 연봉제를 실시해 보너스도 두툼하지만 때론 삭감당하기도 한다. 또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공무원은 '무부채 선언'을 하며 설명할 수 없는 재산이 발견되면 전액 몰수 당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클린턴이 성추문에도 불구, 재임시절 공무원 17%를 줄여 경제를 회생시킨 공로로 성공한 대통령이라는 말을 듣고 있다.

공직개혁은 이처럼 세계적인 현상이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최근 개혁의 표적이 된것은 너무 오랫동안 기득권에 안주해왔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사회 각분야가 해방이래 최대의 변혁기를 맞았지만 공직사회는 무풍지대였다.

이제 공무원사회도 원하든 원치않든 변화의 중심에 서있다. 빙하기의 공룡처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당할수 밖에 없다. 공직개혁은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기업처럼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지 않으면 지자체도, 공무원도 언제 낙오될지 모르는 세상이 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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