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대 기록 발견 … 1954년 인권선언일 맞아 청주대 법대생들이 준비

▲ 배심원제 재판이 국민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국내 최초의 모의재판이 지난 1954년 청주대 법과대학에서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증명하는 육필원고 각본과 당시 초청장 모습.
국민참여재판(일명 배심원제)이 일반의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국내 최초의 모의재판 기록이 발견됐다.

특히 관련 기록이 발견된 곳이 충북의 대표적인 사학의 하나인 청주대학교 법과대학 이어서 지역적인 관심까지 끌고 있다.

24일 청주대(총장 김윤배)는 지난 1954년 제 6회 세계인권선언일을 맞아 대성지방법원에서 열린 '소년음독 살해사건' 사료를 발굴, 이를 이날 공개했다.

대성지방법원은 가상법원 이름으로, 청주대학의 모체가 된 당시 학원명을 그대로 차용한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청주대 관계자는 "당시 청주대 법과대에 다니던 정주현(현재 77세) 학생이 관련 사료를 기증,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며 "정밀 추적을 한 결과, 당시 모의 재판은 청주대와 서울 중앙대서 동시에 열렸으나 청주대 자료만 현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육필 원고본은 ▶전체 분량이 35쪽에 달하고 ▶크기는 가로 19.4㎝ 세로 26㎝이며 ▶공판조서와 증인심문조서 등으로 구성돼 있다.

또 당시 청주대 강사로 재직하던 최병길(작고 제 8대 국회의원) 변호사가 자신이 맡았던 사건의 일부를 구술, 이를 바탕으로 모의재판 각본을 구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사료를 제공한 정 옹은 "당시 모의재판은 청주지검 김황진 차장검사이 지도 아래 학내가 아닌 청주극장(현 철당간 근처)에서 열렸고 반응도 매우 뜨거웠다"며 "한 시민은 모의재판을 실제 상황으로 착각, 재판석으로 뛰어 오르는 해프닝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가장 어려웠던 점은 법학부 여학생 중에서 25세 여자 피의자를 찾는 일이었다"며 "당시는 여성 대외 활동을 백안시하던 터라 女피의자 대역을 구하는데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고 당시를 생생하게 기억했다.

한편 모의재판 각본은 집주인과 퇴거 문제로 크게 다툰 끝에 집주인의 아들은 세척용 소다로 살해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모의법정에 공개된 범죄 사실을 이야기 식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피의자 김정자는 남편이 병으로 사망하자 장남(5세) 차남(2세)을 데리고 시내 서문동 전재민 수용소에서 거처하다가 소유자가 이를 철거케하게 되자 청주시 북문로 1가 408번지 조옥희가 창고(곡간)을 차용하여 온돌방으로 개조 거주하게 되었다'.

'이후 조옥희는 곡류 등을 도난당한 사실이 있어 피고인에 그 혐의를 두고 심히 언쟁한 끝에 퇴거를 요구당한 사실이 있어서 그후 언어왕래가 무할 정도로 감정이 악화되어 있는 바 같은 해 10월 조옥희 가족 및 피고인의 장남이 외출부재중 피고인은 자기온돌방에서 조옥희의 삼대독자인 방건섭(당시 5세)에 대하여 갑작히 조옥희에 대한 평소의 원한을 풀기 위하여 방건섭을 살해할 것을 기도했다'.

'평소 세척용으로 사용하든 액성가성 소다 반수저 정도를 음하(飮下)케 하여 이로 인하여서 동월 25일 오후 5시경 동아로 하여금 사망케 하여서 살해의 목적을 달한 것이다'.

윤기택 법과대학장은 "우리나라 법학교육을 이끌어 왔던 청주대의 역사를 확인해 주는 자료이자 법학교육사에서도 큰 의미가 있는 자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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