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死 백종덕 교사 미망인 생계걱정 안타까움

"장관님, 취직 좀 시켜주세요. 다른 건 몰라도 보건직이라면 할 수 있어요"

과로사로 숨진 충북고 백종덕(47) 교사의 미망인은 1일 자신의 집을 방문한 김도연 교육과학부 장관에게 매달렸다.

지난달 28일 밤 동료 교사의 부축을 받고 귀가한 뒤 심근경색으로 숨진 충북고 백종덕 교사.

그가 20년 교직생활에서 남긴 재산이라곤 31평형 아파트와 13년된 아반떼 승용차, 유족연금 일시금이 전부다.

개정된 연금법에 따라 2009년 12월까지 근무하지 못해 연금수령권자가 될 수 없어 더욱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전업주부인 미망인과 고2, 중1의 두딸이 세상을 헤쳐나가기엔 여건이 너무 좋지 않다.

고인은 4대가 살고 있는 집안의 종손. 구순(九旬)을 넘긴 할머니는 뒤늦게 종손의 사망소식을 전해듣고 "바보가 된 아들이 먼저 죽어야지, 어린애가 죽다니…"라며 소리내 우셨다 한다.

전직 교사 출신인 아버지는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지금은 정신이 혼미한 상태다. 어머니도 10년전 암수술을 받아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 아래로 3명의 남동생 모두 40을 넘긴 나이지만 아직 결혼을 못했다.

미망인은 큰 아이를 낳으면서 보건소 직장을 그만 둔 뒤 종부 노릇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모임 하나, 제대로 된 옷 한 벌없이 19년전 시집올 때 해온 세탁기를 지금까지 쓰면서 모은 게 집 한 채"라며 "학생들에게 쏟는 애정의 1/10, 1/20만 관심을 줬어도 이렇게 서럽지는 않을 것"이라며 또 울음을 쏟았다.

백 교사는 도움을 받아야할 많은 가족을 두고 세상을 떠났다. 8년간 내리 수천명의 고 3 학생들과 동고동락한 고 3 담임의 무거운 짐도 벗어버렸다.

그래서인지 졸업생들은 백쌤을 잊지못하는가 싶다.

송민경(한양대 정보문헌과 1년)양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시지도 못하고…. 우리들 가르치시느라 잠시 쉬시지도 못하고…"라며 목놓아 울었다.

아직 어린 대학생들이지만 백쌤 돕기에 나섰다.

인터넷에 '백종덕 선생님의 가르침을 잊지 않겠습니다'란 추모카페를 만들었다. 학생들 스스로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

청주여고 2007학년도 학생회장인 한선미(서원대 영어교육과 1년)양은 "언론 보도를 통해 선생님 가족들이 힘들게 살고 있는 것을 알고나니 더욱 선생님이 그립다"며 "친구들, 모교 선생님들과 상의한 끝에 추모 카페를 만들고 정성어린 성금을 모으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도연 교육과학부 장관도 이날 비공개로 직접 유족을 찾아보고 "교육발전을 위해 헌신하신 고인과 유족께 뭐라 할 말이 없네요"라며 가족들을 위로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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