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

▲ 정지연 / 산남고 1학년
세발자전거를 타고 달렸고, 보조 바퀴가 달린 두발자전거, 그리고 보조바퀴를 뗀 두발 자전거로 운동장을 달렸습니다. 서쪽 하늘이 노을로 붉게 물들 때까지 달리고 또 달렸지요. 세상 모두가 내 것인 것처럼…….

세발자전거-보조바퀴 달린 자전거-두발자전거! 내가 탔던 자전거 그 뒤에는 항상 아빠의 손길이 따라 다녔죠.

혹 넘어질까? 부딪치지나 않을까? 아빠는 오직 그 마음 뿐이셨지요. 자전거를 잡은 아빠의 손은 상처가 나는지, 너무 힘이 드는지 그런 것들은 모두 관심 밖이었죠. 그때만 해도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놀기만 할 때니 아빠의 모습을 바라 볼 줄을 몰랐습니다. 어리광부리는 것이 아빠의 사랑에 보답하는 것인 줄로 생각하며 그렇게 성장해 왔습니다. 지금의 저는 스스로 여기까지 왔다는 착각을 하고 사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몸을 희생하여 자식을 따스하게 보듬어 주시는 그 마음을 모른 채 말이예요.

"서른을 넘기고서야 너를 만났구나" 하시며 빙그레 웃으시던 아빠의 얼굴에는 지나온 세월들의 자욱이 남았습니다. 항상 젊기만 하실 것 같은 아빠도 세월 앞에 장사는 될 수 없는 가 봅니다. 그 세월을 먹고 제가 이만큼 자란 것이겠지요.

고등학교에 입학하고부터 힘들다고 짜증내고, 대화하기 보다는 찬바람처럼 쌩하니 돌아서 버리곤 하는 저. 죄송한 마음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늦은 시간에 학원으로 마중 나오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로 제 기분을 맞추어 주시려는 애쓰시는 아빠!

학원가기 싫다고 투덜대서 엄마에게 야단맞고 나가는 저를 따라 나와 이야기도 하고 인생의 선배로서 조언도 해주시며 아빠의 재치와 뛰어난 유머 감각으로 우울한 마음을 풀어주셨습니다.

요즘 들어 부쩍 피곤해 하시는 아빠를 뵐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회사에서 잘 풀리지 않은 일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제가 아빠를 힘들게 하는 것인가요? 아빠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합니다. 그래도 힘든 기색 하나 내지 않으시고 열두시가 넘은 늦은 시간까지 절 기다려 주시고 혹여나 추울까 차 안을 따뜻하게 해주시지요.

어릴 적, 저는 왜 그 모습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는지 너무 철이 없었나 봅니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고등학생이라고 생색이라도 내는 것일까요? 얼굴 표정과 마음이 서로 주파수가 잘 맞지 않나 봅니다.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라' 는 아빠의 말씀. 아빠는 그 말을 생활화하고 계시지요.

무엇을 해도 부정적인 저는 얼마나 세월이 많이 흘러야 아빠의 가르침대로 살아가게 될까요? 묵묵히 지켜봐 주시고, 항상 그 자리에서 따스하게 불 피워 가족들이 둘러앉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시는 아빠의 헌신적인 사랑에 감사합니다. 아빠, 나의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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