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환 / 농협충북지역본부장
제7호 태풍 '갈매기'가 필리핀 근해에서 발생했다는 뉴스를 들으며 왠지 모를 불안감이 들더니 결국 갈매기는 충북 일부지역에 피해를 발생시켰다. 당초 대만을 거쳐 중국 본토로 갈 예상이라더니 무슨 변덕인지 우리 나라를 향하여 급하게 달려와서는 청주에 200mm이상의 폭우를 쏟아 놓고는 북쪽으로 사라졌다.

많은 피해는 아니지만 청주, 청원 지역의 농경지 침수와 주택 침수가 발생하였고, 간접적인 교통사고로 인명피해도 있었다.

그 동안 마른 장마로 인하여 타 들어 가던 농작물을 걱정하던 농민들은 이제는 수해 걱정해야 하니 우리 농민들은 이래저래 평안한 날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이와 같은 태풍도 한편으로는 유익한 면도 있는 것 같다.

그 동안 일찍 찾아 온 찜통 더위로 밤잠을 설치기 일수였고, 직장 내에서도 에너지 절약차원에서 냉방기 사용을 제한하다보니 더위로 인하여 직원들의 업무능률이 제대로 오르지 않았는데 태풍 갈매기가 그 더위를 잠시나마 멀리 데리고 갔으니 유익이라면 유익이다.

그뿐인가. 그 동안 가뭄으로 인하여 하천에 물이 없어 하천 구석구석에 쓰레기들이 여기저기 뭉쳐 있어 미관과 악취가 주변 주민들을 불쾌하게 하더니 이제는 말끔히 청소되어 쾌적한 환경을 조성해 주니 이도 태풍의 고마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우리에게 이따금 찾아오는 재앙이나 역경은 우리를 힘들게 하고 때로는 자포자기에 빠지게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 훈련시켜 이를 이길 수 있는 힘과 지혜를 주기도 한다.

지금 우리 농촌은 글로벌 시대에 걸맞게 세계 각국에서 생긴 각종 태풍이 시시각각으로 몰려 오고 있다.

처음 찾아 온 태풍은 AI 태풍으로 오리농가와 닭 농가를 중심으로 한바탕 휩쓸고 지나갔다. 발 빠른 정부의 대처로 피해는 많이 줄였지만 애지중지 기르던 닭이며 오리를 생매장하는 농민들의 마음을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그뿐인가. 바로 뒤 따라 온 미국산 쇠고기 허리케인은 한우농가는 물론 온 국민을 경악하게 하였으며 지금도 그 피해가 얼마나 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같다.

국민경제가 좋아지자 축산에 희망을 품고 귀농하여 한우에 온 정열을 투자한 어느 젊은 축산농가의 눈물에서 그 태풍의 피해액을 가슴으로만 가늠해 볼 수 있을 따름이다.

설상가상으로 메가톤급 태풍이 이제는 온 천하를 뒤덮고 있으니 이름하여 유가 태풍이다.

설마 설마 하던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 이젠 150달러를 향하여 줄 다름치고 있다.

유류대와 비료, 그리고 각종 농업용자재 가격이 거의 수직으로 오르니 농민들의 한숨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태풍 갈매기가 지나가면서 피해도 있고 유익한 것도 있듯이 우리 농촌으로 몰려드는 각종 태풍도 우리에게 어떤 피해와 교훈을 주고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AI태풍을 겪으며 철저한 방역 대책이 청정 충북을 만드는 길임을 알았고, 농민들을 위해서는 좀 더 신속한 오리 닭 수매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또한 경험 했다.

미국산 쇠고기 태풍을 이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한우와 수입고기의 차별화를 위한 철저한 원산지 표시제도와 한우의 고급화만이 한우농가가 태풍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생산자 소비자 그리고 정부가 한 마음이 되어 철저한 준비와 제도 정착에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메가톤급 유가 태풍을 위해서는 국가적인 장·단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하겠지만 우선 국민들은 에너지 절약운동에 모두 동참하는 조국애를 발휘해야 한다.

우리는 그 무서운 IMF 태풍도 합심하여 이겨낸 저력의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던가.

온 국민이 하나가 된다면 그 어떤 태풍도 분명히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나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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