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

▲ 박명애 / 세광고3 김유식군 어머니
새벽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노란 버스의 꽁무니를 바라본다. 버스에 오르던 너의 모습이 아직도 잔상으로 남아있는데 네가 떠난 자리에는 이른 아침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분주함으로 금세 시끌해지는구나.

학교까지 가는 동안 아마 너는 부족한 잠을 보충하느라 창가에 머리를 기대고 토끼잠을 자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어느새 고3 수험생이 된 너.

어제 아침엔 네가 빠져나간 방을 들여다보다 다림질해놓은 교복이 그대로 걸려있는 걸 발견했단다. 자칭 불량엄마이긴 하지만 하루 종일 마음이 편치 않았어.

아니나 다를까 늦은 밤 현관을 들어서는 네 모습을 보니 맙소사 후줄근한 바지~

엄마의 호들갑에 몰랐다고 시큰둥하더니 오늘 아침에도 여전히 다림질한 교복은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더구나.

중학교에 다닐 때는 꼭 다림질을 해 달라더니. 가끔 이렇게 털털해진 너를 볼 때마다 마음이 짠하단다. 옷매무새에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것이겠지.

이제 수능이 꼭 백일 남았구나.

무덥고 지루한 팔월도 네게는 하루하루 긴장의 연속이겠지?

늘 '고3이 다 그렇지 뭐'라는 말로 흐리지만 엄마는 알아. 네 마음속에 일어나고 있을 수많은 감정의 소용돌이들. 가끔 불빛아래 혼자 앉아있는 너의 뒷모습을 바라보면 외로워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론 꿋꿋하게 잘 이겨내는 거 같아 자랑스럽기도 해.

흔히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곤 하지.

네가 힘들게 달리고 있는 지금 이순간은 긴 여정 가운데 한 구간일거야. 매 구간마다 작은 승부들이 기다리고 있기에 우리는 모두 전력질주를 하며 살아가는 거겠지? 고등학교 구간의 승부가 100일 코앞으로 바짝 다가오고 나니 여행길에 들른 낯선 사찰에서 나도 모르게 100일 기도 헌금을 쑥스러움 없이 내미는 엄마가 되더구나. 평소에 공덕을 잘 쌓지도 못했으면서 그래도 정성을 다해 절을 올리고 간절한 마음의 기도를 올리게 된다. 하지만 불안하거나 조바심이 나지는 않는단다. 오히려 바람 없는 호수의 수면처럼 담담하고 잔잔하지.

그건 네가 엄마가 편지를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최선을 다해 전력질주를 하고 있을 거란 믿음 때문이란다.

결과가 어떻든 최선을 다해 살아낸 시간들은 살아가면서 두고두고 힘이 된단다. 그 힘은 네게 자부심이 되어 주고 꿈을 이루는 발판이 되어 줄 거야.

남은 시간도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잘 해주리라 믿어.

일하는 엄마라는 핑계로 네가 잠들 때까지 곁을 지켜주지 못하는 것이 늘 미안하단다. 가끔은 힘들어 투정이라도 할 텐데 이른 새벽 깨울 때마다 짜증 한 번 안내고 일어나는 네게 엄마는 참 고맙고 대견해.

너의 완주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든 우리 가족은 너를 깊이 아끼고 사랑할거야.

우리 함께 갔던 판화전시회에서 보았던 <화우(花雨)>라는 작품 기억하니? 삶이 늘 기쁨으로 채워지는 건 아니지만 봄날 꽃비내리는 날처럼 따뜻하고 아름다운 기억들이 인생의 갈피마다 스며있기에 힘들고 고단한 시간을 이겨낼 수 있는 건지도 몰라.

너와 함께 하는 시간들이 엄마에게는 꽃잎 내리는 날처럼 아름답고 행복한 기억이란다. 네게도 엄마와 함께 한 기억들이 힘겨운 마라톤의 갈증을 풀어주는 활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



'사랑의 편지'는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공간입니다. 주제는 자유롭고, 서로를 격려하는 글이면 더욱 좋겠지요. 글이 채택된 분에게는 도서상품권과 충북여성경제인협회 신윤호회장께서 준비한 자그마한 책상용 화분을 선물로 드립니다. 화초를 키우듯 우리 모두의 꿈을 키워나가요.(문의 011-491-9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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