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상영 / 청주대 경영대 교수
시중 금리가 본격 상승기로 접어들었다. 물가안정을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자금 경색에 대비한 자금 확보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탓이다.

시장금리 상승에 예금금리가 동반해서 상승하는 형국이고 대출금리도 덩달아 올라 서민 가계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5월 생산자 물가와 소비자 물가가 각각 11.6%와 4.9% 올랐다. 위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이다. 정부가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집중관리하고 있는 52개 생활필수품의 가격은 6.73%나 올랐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 소득의 8.41배나 된다. 서민들의 소득수준이 낮아 소득 중에 생활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소득을 전부 생활비로 써도 모자라 빚을 얻어 써야 하는 가구가 많다. 여기에 물가가 급등하자 고통이 서민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금리가 올라가면 가계도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가계대출,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경제에 사는 서민경제는 원리금 상환부담이 커져갈 것이다. 다른 것은 다 줄여도 교육비만큼은 줄일 수 없는 게 한국가정의 특성인데, 외식비나 식품, 의료비의 소비 둔화가 본격화될 수밖에 없다.

환율은 네 자릿수로 다시 돌아왔다. 아무래도 올해 원화의 달러 환율은 980~1천10원 대를 지켜나갈 것 같다. 금리가 뛰면, 가계대출을 안고 있는 서민경제에 부담이 가중된다. 환율이 올라가면 수입물가가 올라가고, 생산자 가격이 올라가면서 소비자 물가가 또다시 상승할 수밖에 없다. 연초 임금인상은 대략 3% 수준에 그쳤는데, 물가가 6% 이상 오르면, 결국 실질 임금은 3% 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금리를 올리는 것과 비슷한 결과를 가져올 것 같다. 내수 시장이 더욱 얼어붙을 것이다.

각 기관마다 전망이 다르지만 유가는 배럴당 125달러 수준에서 오락가락이고 이게 지속될 것 같다. 증시와 부동산 시장도 꽁꽁 얼어붙었다. 올 상반기 건설업체의 부도 건수가 750건에 달한다고 한다.

지방 미분양 아파트는 언제 팔릴지 모르는 주인을 마냥 기다리고 있다. 주택가격이 매우 하향 안정되고 있다고 해야 하는데, 경기가 워낙 썰렁하다 보니 '안정'이라는 표현이 머쓱하다. 아마 아파트 가격은 좀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견해가 많다.

증시는 망부석처럼 연일 미국을 바라보고 있다. 미국이 조금 나아질 것 같으면, 중국 증시가 출렁거리면서 우리 증시를 멀미나게 한다. 서브프라임으로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는 주요 외국 투자 기관들이 한국에서 일부 정리를 하는 듯 팔아 치운다. 정부도 이에 뒤질세라 달러화를 시장에 풀어 주면서 이들이 달러화를 구매하는 데 미력이나마 보태준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증시와 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급격히 둔화되면서 중산층 서민경제에 또 다른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가계 빚이 늘고, 그나마 가지고 있는 자산은 증시와 부동산 시장의 냉각으로 실질 가치가 낮아지고 있고, 수출은 그나마 버틴다지만 내수시장은 좀처럼 활기를 찾아볼 수가 없다. 사실 만사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형국이다.

문제의 근본은 놔두고 자꾸 외벽만 고치려 든다. 리모델링은 외벽 페인트를 다시 하는 게 아니라 내부 골조와 구조를 바꾸는 것을 말한다. 위기 뒤에 번영이 오는 경제의 순환 논리를 우리의 것으로 만드는 지혜와 노력이 그 어느때 보다 필요하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