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보건법 거치며 형법 아닌 것으로 변질

■ 천주교 생명31운동본부 세미나

모자보건법 중 낙태(인공임신중절수술) 죄가 '형벌없는 형법'으로 남아있는 부분은 시급히 개정할 필요도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뿐만 아니라 낙태를 줄이기 위해서는 산부인과의 의료수가를 적정 수준으로 정상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3일 지역 가톨릭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지난 7월 "태아 성별 고지를 무조건 금지한 것은 의료인의 직업활동 자유와 임산부의 알 권리 등을 침해한다"며 사실상 태아 성별 고지를 합법화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태아 성별 고지 금지는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를 방지함으로써 성비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하다는 측면에서 입법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되지만 낙태가 불가능한 임신 후반기까지 전면 금지하는 것은 의료인과 태아 부모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천주교 청주교구 송열섭 신부가 이끄는 주교회의 생명31운동본부는 낙태반대운동연합와 공동으로 지난달 하순 서울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해당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모자보건법과 산부인과 의료수가 개선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먼저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장 염수정 주교는 격려사를 통해 "우리나라 산부인과 의료수가는 태아의 생명권과 산부인과 의료인의 인권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다"며 "이번 세미나는 산부인과 의료수가 문제 등이 대사회적으로 논의되는 자리로 더욱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고려대 법대 배종대 교수는 '모자보건법 제 14조항 개정연구안의 문제 제기' 발표문에서 "현행 모자보건법 낙태 관련 조항이 사문화된 가장 결정적 사유는 처벌이 없다는 점"이라며 "낙태죄가 모자보건법이라는 '필터'를 거치면서 형법이 아닌 것으로 변질됐다"고 밝혔다.

특히 배 교수는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제14조 1항 5호에 추가된 사회·경제적 사유"라며 "따라서 청소년의 낙태와 미혼여성의 낙태, 기혼여성의 낙태를 각각 나눠서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등의 자료에 의하면 현재 낙태를 하는 기혼여성의 76.7%는 가족계획, 미혼여성의 96%는 사회·경제적인 이유를 꼽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 교수의 주장은 이 부분에서 낙태가 만연할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림대 의대 이근영 교수는 '국내 산부인과 의료수가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제목의 발표문에서 현행 산부인과 의료수가의 불합리성을 비판했다.

이 교수는 " 분만실의 경우 많은 인원과 넓은 공간을 가지고 있으나 저수가, 저출산율, 고위험 의료분쟁 등으로 인해 병원 안에서 1순위로 사라지고 있다며 관련 예산을 증액시켜지 않고 제도만 고친 것에서 여러가지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 조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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