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깃털관 들어 지금까지 고구려인說 우세

청주博, 지난주 관련 특강

중국 당나라 돈황석굴에 등장하는 고대 한국인은 고구려인인가, 신라인인가. 아니면 발해인일까. 이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특강이 지난 27일 국립청주박물관(관장 민병훈)에서 열렸다.

중국 간쑤성에 위치한 돈황석굴은 1천여개 동굴에 당나라 시대의 불교 벽화가 벽면에 가득히 그려져 있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는 등 세계적인 관심을 끌어왔다.

▲ 중국 돈황석굴에 그려져 있는 제 335호 벽화로, 조우관을 쓴 사람은 고대 한국인이 분명해 보이고 있다.(점선 안) 그러나 삼국시대 어느나라 사람이냐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벽화가 검은 것은 변색됐기 때문이다.
이중 제 220화 335호 석굴 벽면에 '헐렁한 소매의 긴 저고리와 바지 그리고 조우관(鳥羽冠·새깃털 관)을 쓴' 고대 한국인이 등장, 삼국시대 어느 나라 사람인지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이어왔다.

고대 한국인은 두 벽화에서 문수보살과 유마거사 설법을 듣는 청중의 일부로 그려져 있다. 특히 두 벽화는 그 화면에 '수공이년'(垂拱二年) 등의 명문이 뚜렷히 남겨져 있어 220호는 당나라 시기인 서기 642년, 335호는 686년을 전후로 해 그려진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따라서 220호는 신라가 삼국통일을 하기 이전에, 335호는 삼국통일 후 제작됐다는 점은 국내 학계 모두가 인정해 왔다. 그러나 335호의 경우 신라가 삼국통일(676년 문무왕)을 한 직후여서 벽화 주인공의 출신국가를 싸고 줄곧 논쟁이 있어 왔다.

이와 관련해 서울대 노태돈 교수는 삼국사기와 일본서기 등에 근거, ▶신라는 삼국통일 전인 649년 당나라식으로 관복 개정을 했고 ▶복식이 전체적으로 고구려풍을 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335호 주인공은 고구려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 펴왔다.

이밖에 노 교수는 "당시 등장하는 인물은 사신들의 모습을 실제 스케치한 것이 아닌 양식화된 표현으로 봐야 한다"며 "따라서 돈황벽화에는 당나라가 세계 중심이고 고구려, 인도, 위구르, 투르크 등은 주변국으로 보는, 중국 천하관도 담겨져 있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일부 사가들은 "신라는 삼국통일 후 영토수복 과정에서 당나라와 매우 불편한 관계를 가졌고, 따라서 서역방문길은 차단됐었다"며 "그렇다면 돈황벽화에 등장하는 한국 고대인은 발해인으로 볼 수 도 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특강을 가진 상지대학교 권영필 교수는 ▶335호는 명문 연대상 삼국통일 이후에 그려진 벽화이고 ▶신라인도 조우관을 썼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 점 등을 들어 "신라인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전화통화에서 "혜초(왕오천축국전 저자) 등에서 보듯 신라승들은 당시를 전후로 해 돈황 등 중국 서역을 많이 왕래했다"며 "따라서 335호 벽화는 실제 방문객인 신라승을 스케치한 그림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그러나 "당시는 안동도호부가 설치되는 등 통일신라와 당나라와의 관계가 나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스케치 그림에는 현재뿐만 아니라 과거의 목격이나 경험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논쟁은 하나의 벽화를 둘러싸고 여러가지 해석을 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쉽게 결론이 도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각에 따라서는 '백제 양직공도'로도 연결될 수 있어, 좀더 복잡한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조혁연





■ 용어설명

☞안동도호부 : 당나라가 신라와 함께 고구려를 멸망시킨 후 고구려 영토를 관리하기 위해 평양에 설치한 통치기관을 말한다. 초대 도호부는 설인귀였으나 고구려 유민의 저항이 심해지자 889년 주둔군을 요동성으로 옮겼다.

☞백제 양직공도 : 중국 양나라 화가가 6세기 전반에 자국을 방문한 32개국의 외국인 사신을 그린 그림으로, 여기에는 백제 사신도 포함돼 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