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상영 / 청주대 경영대 교수

단재 신채호선생님은 역사를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으로 보았다. 그는 민족사관 입장에서 조명한 조선상고사를 통해 우리 민족의 역사에 대해 실증적 고찰을 통해 철저히 분석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은 차치하고서 국내 정치상황을 돌이켜 보면 얼굴을 들기가 부끄러워진다. 국내 3대 언론으로 자부하는 모 일간지는 지금도 참여정부로 착각할 정도로 전 정부에서 일어난 일들을 수없이 다루고 있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관점으로 봐야 하는 것인가. 그렇지만 기사 내용을 보면 현 정부와 과거 정부의 투쟁을 그리는 소설 같다.

단재께서 말씀하진 비아(非我)는 이민족(異民族)을 이야기하는 것이지 우리 역사의 흐름 속에 있는 전(前) 국가, 전 정권이 아니다. 단재께서 조선상고사를 통해 우리에게 경계로 삼게 한 것은 우리의 역사를 보호하라는 것이었다.

사회 현상을 바라보는 측면은 다양할 수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부(富)를 이룰 수는 있지만 사회적 측면에서 사회 붕괴가 우려되는 현상이 있을 수 있고, 사회적 가치가 있지만 경제성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한 마디로 단정 지을 수 없는 일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큰 홍역은 정권이 바뀌면서 닥쳐오는 과거 정부 정책의 말살이다.

조선상고사에서 신라는 당나라의 힘을 빌려 백제를 멸망시킨 후 고구려 땅을 당나라에 바치는 비굴한 방법으로 삼국통일이란 것을 달성했지만 우리가 중요하게 인식해야 하는 것은 신라가 백제와 고구려의 흔적을 철저히 말살한 것이었다. 지금 대한민국의 땅에서 백제와 고구려의 역사가 대부분 남아있지 않은 것은 이러한 비아(非我)를 잘 못 규정한데서 있다는 통곡을 하고 있다.

지난 대선 기간 중 터져 나온 이명박 후보의 BBK를 설립했다는 광운대 강연 동영상을 보고 국민은 엄청난 혼돈 속에 빠져들었다. 그 동안 충북은 정치적 선택에 있어 정당보다는 인물 평가를 중시한 경향을 보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이명박 후보를 자질 문제보다는 침체된 경제를 살릴 리더로 생각하였다.

그리고 충북 주민은 이명박 후보에게 40%가 넘는 지지를 보내 전국 16개 지자체 중 10번째 높은 지지를 보냈다. 그렇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충북의 미래는 암울해지고 있다. 충청권 핵심공약이었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이 경기도에서 연구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행복도시 건설도 오리무중이고, '광역경제권 프로젝트'라는 정책으로 충청권이 홀대받는다는 불미스런 소식만 난무하고 있다.

공기업 지방 이전 문제도 충북으로서는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예컨대 소프트웨어 유관 공기업을 보면 당초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한국인터넷진흥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등 소프트웨어 관련 분야의 대부분 공기업은 충북으로 이전하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기업 민영화, 통합화를 추진하게 되었고, 지난 8월 말 소프트웨어 유관 공기업 선진화 추진 계획에서 한국전자거래진흥원(경남), 한국정보보호진흥원(전남) 등과 통합하면서 충북으로 이전에 차질이 생기게 되었다.

타 지역 이전계획 공기업은 규모면에서나 지역 전략 산업의 기능군 면에서나 충북과 비교할 바가 못 된다. 그러나 현 정부의 정책 추진의 상황을 보면 불길하기 짝이 없다. 특별한 논리도, 당위성도, 일관성도 없어 보인다.

손자병법에서는 위지(危地)에서 전투를 할 때에는 전략, 전술이 필요 없고 오로지 죽을힘을 다해 싸울 뿐이라고 한 것처럼 논리적 접근보다는 지역 주민이 결집하여 죽기를 각오하고 싸워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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