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생·학교를 변화시킨 '충주 대원고 천사(1004)'

중부매일·충북도교육청 공동기획 - 담배연기 없는 학교

<천사(1004)프로그램 운영 이렇게>

교사의 솔선수범 → 학생들과의 공감대 형성 → 1004메시지의 접수 → 관심과 사랑의 지도 → 학교·지역사회의 다각적인 학교폭력 및 흡연예방활동 → 지도사례의 메뉴얼화 → 지도사례의 전파·홍보 → 구성원들의 자긍심 고취 → 계속적인 유지·정착화

시행 전 → 시행 후 ▶2004년 학생 징계 건수 40건▶2005년 학생 징계 건수 10건▶2005년 3월 학생 흡연율 37%▶2005년 쓰레기봉투 사용량 2,550매▶2005년 서울 소재 대학 진학 1명 ▶2006년 학생 징계 건수 4건▶2007년 학생 징계 건수 0건▶2006-2007년 학교 폭력 건수 0건▶2006-2007년 학생 흡연율 0%▶2006년 쓰레기봉투 사용량 2,220매▶2007년 서울 소재 대학 진학 31명 ▲ "나, 담배 못피게 해줘" ▲ "나, 이제 담배 끊었어"

# "친구야. 내가 중학교때부터 담배를 피웠는데 피우고 보니까 체육시간에 숨도 차고, 부모님한테, 선생님께 죄송하기도 하구…. 진짜 담배피우지 말어. 그리고 나 담배 피우면 천사해서 담배 못 피우게 해줘. 친구야 도와줘"

금연 각오를 다지고, 금연 일기를 쓰지만 담배 끊기가 쉽지않다. 대원고는 금연을 위해서는 선생님과 부모의 도움보다는 가깝게 생활하는 친구의 힘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천사(1004) 활동이다. 즉, 핸드폰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학생동향을 파악하는 것이다.

대원고 학생들의 핸드폰 소지율은 80%. 바로 핸드폰 문자를 이용해 학생 스스로 폭력, 흡연 등 부적절한 행위를 한 친구들을 선생님께 알려주도록 해 적절한 지도를 받게 하는 것이다. 이때 문자 발신번호는 '1004'로 한다. 익명성을 보장해 주기 위해서다.

그런데 세상의 어떤 학생이 절친한 친구의 부정한 행위를 선생님께 문자메시지를 보낼까. 이것은 고자질이 아닌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 '고자질'이 아닌 '학생 중심의 자정활동'이란 교육적 차원의 천사 프로그램이 정착되기위해선 교사와 학생간의 신뢰감이 선결과제였다.

교사와 학생간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신뢰감이 회복된 바탕위에서의 생활지도라면 '고자질'이란 비난은 해결된다는 확신이 들었다. 천사의 본질은 지적하거나, 반대로 지적당한 학생이 서로 부끄럽지 않고, 함께 발전해 나간다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 '친구의 잘못을 일깨워주어 좋은 학교를 만들어 간다'는 학생들의 인식 변화가 최종 목표였다.

우선 교사, 학부모, 학생회 간부, 경찰, 보호관찰관, 지역인사로 이루어진 천사지킴이 프로그램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를 통해 교사의 솔선수범→학생들과의 공감대 형성→1004메시지의 접수→관심과 사랑의 지도→학교·지역사회의 다각적인 학교폭력 및 흡연예방활동→지도사례의 메뉴얼화→지도사례의 전파·홍보→구성원들의 자긍심 고취→계속적인 유지·정착화를 천사프로그램 운영방법으로 설계했다.

# 학생들은 '하지마라'고 해서 안하는 것이 아니라 '하는 대로' 따라하는 성향이 강하다. 학생들이 가장 흔히 쓰는 말 '아니요, 몰라요, 그냥요'인 '3요'다. 어떻게 하면 자발적, 적극적, 긍정적인 학생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 정답을 '교사의 솔선수범'에서 찾았다.

대원고 교사들은 궂은 날씨에 개의치않고 오전 7시20분에 출근해 교통지도를 했다. 교통지도가 끝나면 교내를 빗자루로 쓸고 잡초를 뽑고 환경정리를 했다. 학교 공터를 이용해 채소밭을 가꾸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선생님께서 먼저 하시는구나'하는 것을 학생들이 자연스레 느끼게 하는 것.

대원고 이승우 생활부장교사는 야간자율학습시간이나 틈만 나면 학급에 들어가 학생들에게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며 천사활동의 취지와 방법을 설명하고 동참을 읍소하다시피했다.

▲ 때론 학생들과 함께 목욕도 하며 눈높이교육을 실천한 충주 대원고.
# 그래도 학생들은 마음의 문을 쉽게 열지않았다. 천사를 시행하며 학생들을 어루고 달랜 지 두 달이 지난 2005년 5월초. 드디어 천사 메시지가 오기 시작했다.

'1학년 10반 화장실에서 담배냄새가 나요', '○○가 담배핀거 같아요. 끊게 도와주세요. 선생님', '1학년 8반 잡상인 출현', '교실에서 말싸움이 났어요. 이러다가 싸울 것 같아요. 도와주세요'

담배 뿐만 아니라 학교폭력, 잡상인 출현, 생활고민 등 문자 메시지가 요란하게 울렸다. 뿐만 아니었다. '선생님 개구리 소리 때문에 공부가 안되요. 개구리 좀 잡아 주세요' 장난성 메시지가 날라왔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있어 행복하다고, 바로 천사가 정착되고 있는 것 아닌가. 천사는 놀라웠다. 금연으로 시작한 담배는 이제 대원고를 담배뿐만 아니라 폭력, 쓰레기 조차 찾아보기 힘들게 학생과 학교를 변화시켰다. / 박익규 addpark@jbnews.com


어려움도 많았던 1004 이젠 모두가 달라졌다
고자질 논란·갈등 딛고 공감대 형성


결과가 좋다고 모든 것이 순탄했을까. 천사의 하얀 날개속에는 숯같은 검댕이도 적잖았다.

우선, 천사 메시지를 받으면 어느 때라도 학교에 올라와 학생 사안을 처리해야할 교사들 사생활의 어려움이었다.

어떻게 학생들과 공감대를 형성해 천사메시지를 활성화시키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늘 고민의 연속이었다.

핸드폰을 이용해 선생님께 고자질 한다는 비교육적 차원의 비난을 어떻게 이해시킬까. 학생 금연을 지도하면서 점점 좁아지는 흡연교사들의 입지도 내부불만 요인이었다.

첫번째 어려움은 학교 폭력 0%, 흡연율 0%를 만들겠다는 교사의 강력한 의지와 소명의식으로 극복하기로 했다. 나머지는 교직원과 학부모를 상대로 간담회 등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천사지킴이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했다.

학생들은 선생님이 먼저 하는 것을 보고 따라온다는 점에 착안해 솔선수범을 천사 지킴이 정착을 위한 최고의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적극 실천했다.

천사 지킴이는 하루, 이틀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매일같은 반복속에 시간이 흘러가면서 학생-학부모-교사간 신뢰가 쌓이기 시작했다.

이승우 생활부장은 이를 콩나물 시루에 물 붓기로 표현했다. 날마다 콩나물 시루에 주는 물이 다 빠져나가는 것 같지만 어느날 콩나물은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것 말이다.

안종환 교장은 흡연교사들에게 절대 학생들 보는데선 흡연하지말것을 당부했고, 교사들의 처음 저항은 나중에 금연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젠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들이 달라졌다.

"선생님도 끊었는데 너희가 못 끊냐!"(금연성공한 교사)

"선생님 저희를 위해 노력하시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멋집니다. 늘 감사합니다 1004"(학생 메시지)

"항상 바른 길로 갈 수 있게 지도해 주시고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선생님을 만나서 감사합니다"(학부모 편지)

"선생님 앞으로 담배 절대 안 필께요. 선생님 덕분입니다"(학생 메시지)

인터뷰 도중 이승우 생활부장의 말이 생각난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합니다. 교사는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됩니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합니다. 선생님들의 힘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 박익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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