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분 / 아산시 노인복지관 독거노인생활관리사

처음 독거노인생활관리사 모집란을 보았을 때 가슴이 너무 벅찼습니다. 정말로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이었기에 아무 망설임 없이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교육을 받고 현장에 들어가서는 어설프고 서툴던 제 모습을 가끔은 생각합니다.

'독거노인생활관리사'에 대해 설명해 드리는 것 조차도 어색했고 우리가 전달해드리고자 하는 의도와 다르게 받아들이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그러면서 한분한분 방문을 드리면서 저는 제가 이일을 정말 잘 선택했다는 뿌듯함이 생겼습니다. 어르신들의 사연도, 살아오신 모습도 제각각 이지만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마음의 문들을 열어 주셨습니다.

1차 조사 때는 우시는 어르신들도 종종 계셨습니다. 자녀의 이야기나 당신들의 현재 모습에 상당히 힘들어 하시는 분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하시고 저 또한 함께 울기도 했지요.

그러면서 조금이라도 그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싶어 진심어린 마음으로 어르신들과 대화를 하고 손을 맞잡으며 어르신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들어 드렸습니다.

어느 어머님은 처음 만났을 때 한없이 우시고 아무 말씀도 없으셨는데 차츰차츰 당신의 얘기를 해 주셨습니다. 25년 전 딸을 데려다 키우시고 시집을 보내면서 서로 왕래를 안하게 되었답니다. 자그만 집이 있었는데 그 집을 팔아서 생활하고 계시는데 집판돈이 떨어지면 그만 살면 된다고 극단적인 말씀까지 하셨습니다.

시집간 딸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받은 어머님은 우울증도 생기고 저녁이면 괴로워서 술을 드셔야 주무신다고 하면서 많이 힘들어 하셨는데 제가 방문한 날은 기분이 좋아서 술을 안드시고도 주무신다 하시면서 고맙다는 말씀을 들었을 때 저도 무척 기뻤습니다.

그러면서 어머님이 수급자 신청을 하고 우여 곡절 끝에 작년 12월부터 수급대상자가 되셨습니다. 제가 크게 도움드린 부분도 없고 단지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 드린것 밖에 없는데도 큰 힘이 되었다는 말씀에 저 또한 큰 용기를 얻습니다. 앞으로 제가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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