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자본금 평균잔액 예치로 비상

"한달동안 돈 쓰려면 연락주세요"

청주에서 건설업을 하고 있는 A(47)씨는 요즘들어 사채업자들로 부터 대출문의 전화를 하루 평균 2~3통씩 받는다.

건설업체는 매년 12월이면 건설산업기본법의 등록기준에 정해진 자본금 평균잔액(평잔)을 법인통장에 예치시켜야 한다.

이같은 규정에 따라 A씨를 비롯한 건설회사 대표들은 연말이면 평잔을 맞추기 위해 부족한 돈 구하기에 동분서주한다.

A씨는 지난해말 사채업자에게 3일동안 쓰는 조건으로 5억원을 빌려 평잔을 맞췄다. A씨가 이자명목으로 사채업자에게 지급한 돈은 500만원이었다. A씨는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올해는 등록기준이 변경돼 평잔 기일이 30일로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건설면허가 2개인 A씨는 올해에도 5~7억 정도 사채업자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3일 빌려쓰는데 이자가 1억원당 100만원의 이었는데 올해는 30일간 빌려야 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평잔을 위해 족히 몇천만원은 나가야 한다.

"정부에서 부실 건설사 퇴출유도를 위해 평잔 기간을 대폭 늘렸다"고 주장하는 A씨는 "올해는 일거리까지 크게 부족해 많은 건설사들이 돈 가뭄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평잔 기간까지 늘어나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같은 사정을 눈치 챈 사채업자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연말 대목을 위해 대출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 사채업자들이 30여일 동안 건설업자들에게 대출해 주는 조건으로 제시하는 이자는 1억당 적게는 700만원에서 900만원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사채업자들은 지역도 있지만 대부분 서울 등 수도권을 영업망으로 하고 있다.

청주에서 사채업을 하고 있는 B씨(49)는 "지난해 건설업체들에게 평잔 명목으로 대출해 줘 짭잘한 수익을 올렸다"며 "올해는 평잔 기간이 대폭 늘어나고 일거리 부족으로 평잔을 맞추기 어려운 건설사들이 대폭 늘어나 사채를 쓰려는 업체들이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한편 평잔은 ▶건축공사업 6억원 ▶토목공사업 7억원 ▶조경업 7억원 ▶토·건 12억원 ▶산업설비 12억원이상을 30일 이상 예치해야 한다.

/ 강종수

kj21@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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