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 가파마을, 판로 고심

벌써 동지가 지났다. 서서히 불기 시작한 찬바람에 주부들의 마음도 바빠진다.

가장 큰일은 겨울을 날 김치를 담는 것이다. 요즘이야 김치냉장고가 있어 예전 처럼 큰 연중행사는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도 걱정이다.

올해는 농산물이 풍작인데도 농민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작황이 너무 좋아 생산물 가격이 폭락한 탓이다. 넓은 밭 가득 배추를 심어 놓고 팔로가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몇해전 신병상의 이유로 시골에 요양차 들어 갔다가 아예 농군이 된 지인으로부터 절박한 소식한통이 전달되어왔다. 요즘 추곡수매로 한창 속을 태우고 있는 그는 배추 한포기라도 더 팔아보고자 마을 주민들과 힘을 모아 절임배추로 출하를 시도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마을 사람들이 김장용 배추를 공동으로 심어서 절임배추로 가공해 팔고 있다는 것이다. 한데 이걸 팔려고 도시 아파트니 회사니 찾아 다녀도 쉽지 않더란다.

그가 살고 있는 청양의 가파마을에서 재배된 배추는 휘파람이라고 현재 나온 품종 중에서 가장 나은 김장용 품종으로 퇴비 위주로 노지에 재배한 중형 크기의 배추라 쉽게 무르지 않는 다고 한다. 배추를 잘 절이려면 좋은 소금과 물이 중요한데 소금은 간수를 뺀 신안군의 천일염을 사용하고 물은 특급 생수라 할만큼 좋은 칠갑산의 물을 사용하니 굳이 수돗물로 다시 씻지 않고 그대로 양념에 버무리면 된단다.

절임배추 가격은 택배비 포함해서 20kg 1박스에 22,000원이라고 한다.

원한다면 가파마을에 와서 김장을 해가지고 가도 되고 가파마을 땅속 항아리에 묻어놓고 숙성되면 꺼내가면 된다고 했다. 밥도 해주고 술도 주고 잠도 재워준다고 산행겸 관광겸 놀러오라는 너수래도 잊지 않았다.

글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농사가 잘되도 걱정 안되도 걱정인 농군의 마음이 안타까웠다. 어디 가파마을 뿐이랴.

올해 김장은 절임배추로 해보려한다. 어짜피 아파트라는 것이 큰일을 벌이기엔 역부족이니 일석이조가 아닐까한다. / 정정원 시민기자cbj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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