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파크, 클라우드 게이트, 더 피카소…

공공예술, 지역에서 어떻게 구성되나

글 싣는 순서

① 공공예술, 공간의 담론을 열다
② 디자인 된 도시-미국 시카고 (상)
③ 디자인 된 도시-미국 시카고 (하)
④ 예술로 통하는 청주를 꿈꾸다


미국 북동부에 위치한 오대호 중에 하나인 미시간호 남서쪽 일리노이주의 시카고. 제44대 미국 대통령 당선자인 버락 오바마의 정치적 고향이기도 한 시카고는 바람이 많아 '바람의 도시'로 불린다. 또한 1871년 대화재로 20세기 건축실험의 무대가 된 시카고는 최고의 방화시설을 갖춘 시내 한복판 442m의 씨어즈 타워와 함께 미시간호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건축물도 볼만하다. 시내 한 복판 빌딩숲 속에 자리한 밀레니엄 파크와 시내 곳곳에 자리한 유명 조각품으로 공공예술의 도시로 불리고 있다.

밀레니엄파크 안에 설치된 클라우드 게이트. ◆ 시카고 랜드마크 밀레니엄 파크지난 10월26일 방문한 미국 시카고의 밀레니엄 파크는 도심 한복판 빌딩 숲 안에 자리잡고 있다. 밀레니엄 파크는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개리(Frank Gehry)가 설계한 잔디공연장 '프리츠커 파빌리온'(Jay Pritzker Pavilion)이 펼쳐져 있고 시카고 사람들의 주요 약속장소로 사랑받고 있는 애니시 카푸(Anish Kapoor)의 '클라우드 게이트'(Cloud Gate)와 영상작업과 결합한 자우메 플렌사(Jaume Plensa)의 크라운 분수(The Crown Fountain)가 자리하고 있어 최근 공공미술이 지향하는 공간성과 사람들의 반응을 고려해 제작된 시카고의 랜드마크라고 볼 수 있다.클라우드 게이트는 '콩'(Bean)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무게는 110t으로 야외 설치 조각품 가운데 가장 무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 작품은 작가의 상상력과 장소를 읽는 눈, 사람들의 반응을 모두 취합해 작가의 기획력과 전문가의 기술이 합쳐진 걸작이라고 볼 수 있다. 또 클라우드 게이트는 반짝이는 금속소재의 광각을 작품에도 잘 활용한 예라고 볼 수 있어 작품속에 비친 건물을 담고 그속에 비친 자신을 감상하는 사람 등 반응도 각양각색이다. 크라운 분수는 영상작업이 결합된 대형 분수로 화면안에 얼굴이 번갈아 바뀌며 입 부분에서는 물이 나오게 설계됐다. 겨울이라 가동을 하지 않고 있었지만 여름이면 시민들의 물놀이 장소로 각광 받는 장소다. 분수라는 점을 감안해 바닥에 배수시설을 설치해 사람과 함께하는 공공의 공간임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 공공예술을 만난 시카고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예술품으로 탄생했다. 알렉산더 칼더 작품.

◆ 공간을 읽은 공공 예술품들

리처드 제이 델리 시빅 센터(Richard J. Daley Civic Center)앞 광장에 설치된 파블로 피카소의 1967년 작품 무제(Untitled)는 50피트나 되는 거대한 작품으로 설치 당시에는 호응을 얻지 못했지만 지금은 더 피카소로 불리며 아이들의 놀이터로 이용되고 있으며 10월31일 할로윈 데이에는 빈 공간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모여 축제를 즐기기도 했다.

시내 체이스타워 광장에 대형 타일벽화로 제작된 마크 샤갈의 1974년 작 사계절(The Four Seasons)은 20여m에 이르며 250가지 칼라가 사용됐으며 그림은 시카고 적인 요소를 많이 띄고 있다. 같은 해 알렉산더 칼더의 플라밍고(Flamingo)는 빨간색 붙박이 조각으로 연방 건물 앞에 설치됐으며 2008년 개봉한 다크 나이트의 촬영지로 영화에 등장하기도 했다.

▲ 시카고의 랜드마크가 된 밀레니엄파크 전경. 체이스타워 광장에 설치된 마크 샤갈 작품(오른쪽 上)과 그랜트 파크에 위치한 아고라. 아웃사이더 아트 작품으로 유명한 장 드뷔페는 1984년 제임스톰슨센터 광장에 괴물처럼 서 있는 형상(Monument with Standing Beast)을 제작했다. 막달레나 아마카노비츠가 2006년 시카고 그랜트공원에 설치한 아고라(Agora)는 하반신 반 토막 인간 형상으로 공원을 거닐며 자연스레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 밀레니엄 파크 안에 설치된 크라운 분수.
이광준 도시갤러리 책임큐레이터는 "밀레니엄 파크뿐 아니라 시카고의 모든 공공예술품은 애초부터 세계적인 작가를 데려오기로 철저한 기획이 돼 있었고 작가 뿐 아니라 그 작품을 설치할 건축가, 기술자들과의 충분한 협의 끝에 장소와 공간을 숙지한 후 긴 준비기간을 잡아 작업하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배워야 할 점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렇듯 충분한 준비기간과 협의, 공간과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의 경관작업은 과정이 생략돼 있다"며 "공간을 기획한 후 작품을 구상하는, 공간을 의식한 작품을 충분한 협의 하에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작가 뿐 아니라 기획자와 작가, 엔지니어와 아티스트가 결합된 작품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이지효 jhlee@jbnews.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게재됩니다.

"50%이상 지역작가 선정 법으로 규정" 나단 메이슨 시카고 공공미술프로그램 큐레이터
시카고 시내 공공미술 작품들은 시카고시 문화국(Department of Cultural Affairs)이 관리한다. 10월28일 시카고시 문화국 공공미술 프로그램의 나단 메이슨(Nathan Mason) 큐레이터를 만났다.

◆ 공공예술을 위한 작가 참여 방법은

담당부서는 시카고 문화국 내 8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담당 부서안에서 결정권 갖고 있다.

법으로 50%이상 지역작가를 선정하도록 되어 있다. 우선 50개 구역으로 나뉜 구역 대표자를 만나 회의 하고 커뮤니티 구성원들과도 이야기를 한다. 50명에서 100명 작가를 리뷰한 뒤 5명에서 10명의 작가를 선정한 뒤 작가들로부터 제안서를 받은 뒤 다시 커뮤니티에 돌아가서 이러한 작가들의 의견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뒤 그들의 의견을 듣고 최종적으로 선정한다.

◆ 시카고의 공공예술 규모는 어느 정도

시카고의 경우 건물에 따라 예산이 다르다. 주변 환경 인프라 구성비를 포함한 것이 아닌 순수하게 건물을 짓는 비용의 1.33%를 공공예술작품에 투자한다.

공공건축물이 아닌 경우에는 개인이나 기업체로부터 기부를 받고 있다. 현재 시카고시가 관리하는 공공미술품은 700여 점 정도인데 유지보수 예산이 연간 15만 달러에 불과하다. 금액이 너무 적어 현실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 공공미술 영역이 커뮤니티 아트로 확장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지원은

문화진흥기금 등을 통한 간접 지원프로그램은 있지만 시에서 예산 등을 직접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없다.

시내에 있는 퍼블릭 아트 프로그램은 개인 작가에 조소물에 중점을 두고 가끔 선정된 작가가 커뮤니티와 같이 하고 싶다는 경우 개인작가의 작품을 선정하고 관리하는데 중점을 둔다. / 이지효
jhlee@jbnews.com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