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도 "나가라는 말만 안했으면…"

전세계적인 경기 불황의 영향으로 충청지역 산업계도 고강도 자구노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1년전 만해도 연말 보너스와 각종 성과급을 지급하는 기업체들이 많았으나 올해는 수출 급감에다 내수까지 위축돼 그 어느때보다도 추운 연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예전같으면 연말 성과급과 특별상여금을 지급했던 우량대기업들까지 없애거나 줄이는 것은 물론 비용 절감을 위해 생산라인 중단과 직원들에게 강제로 무급 휴가를 실시하고 있을 정도다.

아직까지는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을 하는 기업체는 별로 없지만 최악의 경제상황이 지속될 경우 인력감축 등 강도높은 인위적 구조조정이 예고된다.

근로자들도 현재의 기업경기 상황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인식, 상당수의 경우 "월급만 안 깎였으면 좋겠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상황이 더 안좋은 중소기업의 근로자들은 심지어 "나가라는 소리만 안했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할 정도로 크게 악화되고 있다.

◆산업계 추운 연말=제 1공장 M9라인을 중단한 하이닉스반도체가 가장 먼저 고강도 자구책을 마련했다. 지난 4일 노사가 인력조정, 무급휴직, 임금삭감 등 공동 자구노력을 기울이기로 전격 합의, 오는 25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집단 휴가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 전 직원이 내년 1월부터 4개월동안 2주씩 무급 휴직도 실시키로 결정했다.

여기에 노사 합의로 최고경영자(CEO) 30%, 기타 임원은 10∼20% 이상 임금을 삭감하는 동시에 노조도 최대 15%의 인건비 절감 효과가 있는 인력조정안에 동의했다.

청주산단내에서 초우량기업인 LG와 LS 계열사들은 다른 기업에 비해 비교적 사정은 좋지만 LG화학의 경우 건축자재부문을 분사결정 하는 등 자구노력을 벌이고 있다. LG전자는 '샌드위치 데이'인 오는 31일과 내년 1월 2일에 연차를 권유하고 있다. 이들 계열사들은 예전에는 연초에 성과급과 보너스를 지급했으나 올해는 아직까지 지급율 등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청주경영지원팀 한만규 과장은 "올해 영업실적이 좋아 성과급은 기대하고 있지만 내년 경제상황이 더욱 어려울 것이란 전망 때문에 여러가지 자구책 마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내년에 내수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사정은 더욱 안좋다. 연말보너스와 성과급은 커녕 잔업과 특근이 사라져 생산직의 경우 이미 실질적으로 봉급이 크게 감소한 상태다. 자동차와 반도체 협력업체와 제 2협력업체의 경우 적게는 20%, 많게는 40% 정도 조업률이 감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ㆍ여행업계 최악 =가뜩이나 유가와 원자재 상승 등으로 그 어느때보다 힘든 한 해를 보낸 건설과 여행업계는 최악의 연말을 맞고 있다.

특히 일감부족과 환율상승과 원자재 급등으로 시달렸던 건설업계는 '특별 상여금'이란 단어는 사치로 여겨질 정도다.

일부 실적에 따라 특별상여금을 지급했던 건설업계도 올해는 아예 상여금 생각도 못하고 있다. 대신 연말과 연초 7일에서 10일까지 연차 등 휴가를 쓰도록 권유하고 있다. 인건비라도 줄이려는 속셈이다. 건설업에 근무하고 있는 최모씨(45)는 "건설경기가 워낙 바닥이어서 봉급이 깎이는 것까지는 감수하겠는데 나가라는 소리만 안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강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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