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정뱅이마을

▲ 권선필 교수
마을 담장이 22명의 예술가들에 의해 창작공간으로 바뀐 서구 용촌동 정뱅이 마을.

정림동을 지나 흑석동으로 가는 길, 어느덧 도시의 회색 빛은 사라지고 전원풍경이 펼쳐진다.

벌곡으로 향하는 국도를 따라 정생동으로 향하는 다소 낯선 길로 접어 들면 갑천과 두계천이 호수처럼 마을을 감싸고 안고 나오는 마을이 나타나는 곳이 용촌동 정뱅이 마을.

갑천과 두계천 그리고 호남선 철길로 둘러쌓인 정뱅이 마을은 자녀를 키워 도시로 내보내고 늙은 몸을 논과 밭에 의지해서 보내는 노인들이 절대 다수인 농촌마을이었다.이 마을은 지난 해 농림부에서 지원하는 녹색농촌체험마을가꾸기 사업, 2008년 건교부 살기좋은마을만들기 사업에 연이어 선정돼 마을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환경체험활동이 이뤄지는 정뱅이 마을은 오리농법, 우렁이 농법 등 친환경 농업과 국화재배를 통해 농업혁신이 추진되고 있다.

마을 구세군 교회에서는 마을 주변의 들꽃을 가지고 만든 압화 전시회가 열려 왔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역시 8년 전에 이 마을에 이주한 목원대 권선필 교수가 동참해 마을 가꾸기 추진모임을 만들어 마을을 가꾸어왔다.

예술작품으로 만들어진 담장들은 집주인인 주민들과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누며 만들어 졌다.

작가의 손을 빌어 형상화 되었지만 마을 주민들과 공동의 창작이 된 것이다.이 곳에서는 22명의 작가가 마을을 창작공간으로 만든 문화예술제가 지난 달부터 시작됐다.대전 근교 농촌마을인 용촌동 정뱅이마을이 예술인의 손을 빌어 새롭게 단장하고 지난 달 공개행사와 함께 마을예술제를 개최했다.농촌마을을 사람이 찾아오는 마을로, 그리고 '백년후에 행복한 마을'로 만들기 위해 정뱅이 주민들이 힘을 모아 마을을 다시 꾸미고 이를 공개하는 행사로 예술제를 개최한 것.
정뱅이마을예술제는 동양화갇조각갇설치미술작갇도예작가 등 22명의 다양한 미술작가들이 참여해 마을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들의 담장을 작품화 했다.

1970년대 주민들의 애환이 담긴 물건들을 전시하는 담장으로 바꾼 정하응 작가의 담장, 마을 주변에서 발견되는 버려진 옹기와 그릇들을 다시 모아 벽화로 꾸며낸 김진희 작가의 담장 등.

담장 개선 외에도 마을의 매력도를 높이고 도시 사람들이 찾아와 보고 싶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자연관찰 전망대, 마을 진입안내판, 마을 상징 조각 등을 작가들의 작품으로 설치했다.

이중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이대일 작가의 자연관찰 전망대이다.

철새가 날아오는 갑천을 내려다 보고 또 마을을 한눈으로 볼 수 있는 곳에 설치한 자연관찰전망대에는 그곳에 서있는 은행나무에 걸려있는 새집을 응용해 만든 원형의 구조물 속에서 자연을 바라다 볼 수 있도록 설치하고 있다.예술제에는 예술담장이나 랜드마크 뿐만 아니라 예술제를 위해 기획된 마을환경을 이용한 설치미술작품도 선보인다.뿐만 아니라 정뱅이마을의 삶의 현장을 캔버스 삼아 농촌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마을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10여점의 설치작품과 아울러 압화·목공 등 농촌공예체험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고 있다.
정뱅이마을 가꾸기를 기획한 권선필 목원대 교수는 "정뱅이 마을의 담장들은 작가의 생각이 아닌 주민들의 뜻이 담긴 함께 만들어간 공공예술이며, 본인이 마을 주민이기에 시작이 가능했던 일이고 주민참여에 많은 노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또 "이제 시골은 더 이상 낙후된 지역이 아니라 도시민들이 삶의 대안을 발견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마을 체험관 및 작품은 농촌을 꼭 느껴봐야 하는 도시사람들의 수준에 맞게 만들어 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뱅이 마을 가는 길은 서구 가수원 사거리에서 장태산 가는 길로 향하다 흑석 사거리에서 길헌분교 방향으로 직진해 1분쯤 뒤에 나타나는 언덕 왼쪽 길로 꺾어 저수지로 향하는 철길로 지나면 금방이다. 한권수 / 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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