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향기>

▲ 박상용 / 청주시문화예술체육회관 기획홍보담당
송년회의 계절이 돌아왔다. 송년회라고 하면 으레 '술을 많이 마셔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송년문화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게임 등으로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화합을 도모하는 이색 송년회, 다양한 공연을 함께 보며 직원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문화 송년회, 그리고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고통받고 있을 이웃들에게 따듯한 정을 나눠주는 나눔 송년회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는 것이다. 건강은 물론 문화생활도 즐기면서 화합과 나눔의 분위기를 살릴 수 있기 때문에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니 아주 반가운 일이다.

문화계에서는 송년회가 잦은 11월과 12월에 맞춰 다양한 송년·성탄행사를 기획한다. 클래식 공연에서는 연말의 주요 레퍼토리라 할 수 있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작품 61과 교향곡 9번 d단조 작품 125 '합창'을 매년 선보인다.

뮤지컬계에서는 구두쇠 스크루지와 함께 떠나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 뮤지컬 '크리스마스 캐롤'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4대 뮤지컬과 최신의 창작뮤지컬은 뮤지컬 대세에 힘입어 연말연시를 가리지 않고 연일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한 동심을 자극하는 동화적 내용과 신비롭고 아름다운 춤으로 전 세계인을 사로 잡아온 고전발레의 단골 레퍼토리 '호두까기 인형' 발레 공연은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서양음악이 주류인 연말 공연 속에서 전통공연도 화려한 자태로 관객을 맞이한다. 특히 올해는 국립국악원이 조선시대 문화 절정기로 꼽히는 세종조 정월과 동짓날에 문무백관이 모인 가운데 궁중의례, 음악, 춤이 어우러진 '회례연'(會禮宴)을 연다. 일종의 시무식과 종무식 개념의 잔치이다. 연말 송년회는 아니지만 신년행사로 풍물과 함께 액을 물리치고 복을 불러들이는 각종 해맞이 굿 등 다양한 굿 공연도 연다. 연말연시에 이렇게 문화예술행사가 유독 많은 것은 마음도 춥고 몸도 추운 겨울에 문화가 주는 행복과 즐거움이 그만큼 크고 넓다는 이유 때문이다.

경제위기와 불황에 대한 걱정으로 나라 전체가 심란한 요즘. 올해 송년회는 흥청망청 보내기 보다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마음을 문화로 노래하는 송년회로 준비하면 어떨까? 바로 문화로 즐기는 송년회다. 가족과 친구와 그리고 직원들과 공연 한 편, 영화 한 편을 함께 봐도 좋다. 책을 한 권 선물하는 것은 또 어떨까? 음악을 선물하고 전시회를 함께 다녀오는 송년회. 생각 만해도 아름다운 풍경이다. 박상용 / 청주시문화예술체육회관 기획홍보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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