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동에 위치한 결혼이주여성 자녀들의 공부방인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지난 성탄절에 아주 소중한 선물을 받았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어떤 분이 전화 한 통화로 동화책 300여권을 기증해주신 것이다. 비록 새 책은 아니었지만, 자녀들의 독서지도를 위해 아이들과 함께 10여년간 한권 한권 사모은 추억과 손때가 묻어나는 동화책들이었다.

"늘 책이 부족해 고민했는데, 얼마니 기쁜지 몰라요. 동화책이 전해지던 날 아이들이 얼마나 좋은지 환호성을 지르며, 책을 손수 분류해 정리를 했어요."

문미연 원장은 마침 겨울방학이 시작되어 공부방 아이들이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읽고 독서일지도 쓰고, 도서감상화도 그린다며 아이들보다 더 신이 나있다.

지난 일요일 다행히 기증자의 전화번호가 남아 있어 어렵게 통화를 할 수 있었는데, 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장서가가 아니다. 나는 삶의 질을 최대한 높이고 소유물은 최소한 줄이겠다고 결심하고 몇 가지 결정을 내렸다. 나는 서가의 책을 사백 권으로 제한하기로 결심했다. 어떤 책은 감정적 가치 때문에, 또 어떤 책은 틈만 나면 되풀이해 읽는 것이라 서가에 남았다. 모든 책을 집에 모셔놓아야 하는 이유는 무얼까? 친구들에게 교양을 과시하려고? 벽이 허전해서 장식용으로? 내가 산 책들은 내 집에서보다 공공도서관에서 훨씬 널리 읽힐 것이다. 그러니 우리의 책을 여행시키자. 다른 이들의 손에 닿고, 다른 이들의 눈이 즐길 수 있도록."

중등 두 자녀를 둔 40대 기증자는 책을 통해 우연히 위의 구절을 읽고 자녀들이 초등학교 때 읽었던 동화책을 정리해 공부방에 기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겨울 추위만큼 얼어붙은 연말분위기, 그 익명의 기증자가 전하는 메시지가 크다. 선물은 새 것, 값비싼 것이 아니며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그 자체에 있다는 것!

'아낌없이 주는 나무' 공부방 어린이들의 어머니들은 일본이나 베트남, 몽골출신이어서 이곳 아이들은 한글 깨우치는 일, 동화책을 읽는 속도가 아주 느리다. 그래서 한글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그림책이나 저학년 동화책이 부족하다.

서재에서 몇 년째 잠자고 있는 책, 아니면 장식용으로 서재에 꽂혀있는 여러분의 책을 더 많은 어린이들의 손에 닿고, 눈으로 볼 수 있도록 여행시키자. 그림책 기증하실 분들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264-8809)로 연락주시면 된다.

/ 송성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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