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 바란다
2009 청공비 이인범 전시감독 왈, "인공물인 공예를 통해 이 시대 지구촌에 더불어 살고 있는 다양한 구성원들의 시대정신을 엿보고 문화담론을 생산하는 창조적 주체들을 만난다는 취지에서 '만남을 찾아서'라는 주제를 정하게 됐다."
문화담론을 생산하는 창조적 주체들을 만난다? 그렇다면 2009 청공비는 생산자들(공예가들)의 만남이 아닌가? 그러나 '공예'가 무엇보다 '쓰임'에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 없는 생산자는 의미가 없는 셈이다. 따라서 청공비는 생산자들의 만남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생산자와 소비자가 손쉽게 만날 수 있는 '관객과 만남을 찾아서'가 되기를 제안한다.
기존 청공비는 작갇작품 중심주의 전시였다. 하지만 오늘날 모든 분야는 고객중심주의로 이동한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임'을 지향해야하는 공예계는 소비자(관객)보다 생산자(작가) 중심 형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이번 청공비는 관객중심주의 전시를 고려하길 바란다. 관객중심주의 전시 연출의 사례를 들자면 우리 생활공간이 될 수 있다. 말하자면 관객이 이웃집을 혹은 카페를 방문하듯 가정집이나 사무실 등의 공간 연출 말이다.
제6회 청공비는 전시장 '안'에만 국한치 않고 전시장 '밖'으로도 확장된다. 그렇다면 전시장 밖의 공예는 기존 '환경조형물·공공미술'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기존 '환경조형물·공공미술'은 '아트'라는 이름 하에 좁은 대한민국 땅을 점유했다. 더군다나 기존 '환경조형물·공공미술'은 '작품에 손대지 마시오!'라는 '감상'으로 그쳤다. 따라서 전시장 밖의 공예는 '쓰임', 즉 미적 요소와 더불어 '작품에 손을 대세요'라는 기능적 요소도 고려되어야만 한다.
이미경 '거리 이정표' 2006부산비엔날레 퍼블릭 퍼니처 출품작품. 해운대 지역의 주요 명소 12곳을 안내하는 거리 사인물. 해운대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해수욕장 입구에 설치. 외지인들이 해운대 주변 명소의 위치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사인물. 그 사인물은 2009년 해맞이를 보러 부산 해운대를 찾는 외지인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미적 경험도 제공할 것이다. | ||
만약 당신이 국제공예의 정보를 얻고자 한다면 청주의 ICC를 방문하라! 필자는 청주시에 국제공예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ICC(the International Center of Craft) 조성을 제안하고 싶다. 청공비가 국제공예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 무엇보다 국제공예의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이 필요하다. 그리고 250여명의 충북지역의 공예작가들과 청주대를 비롯한 5개 대학의 공예관련 학과에서 매년 배출되는 200여명의 졸업생 그리고 50여개의 평생교육기관에서 공예교육을 받고 있는 1천500명의 시민을 위한 충북 공예스튜디오도 필요하다.
최근 청주시는 한국공예관 내에 공예인들을 위한 비즈니스룸, 공예정보자료실, 사진스튜디오, 다목적실 운영 등 작가들이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공예관은 그 모든 환경을 조성하기에 '2%' 부족하다. 그리고 청공비의 본전시장인 예술의 전당은 국제전을 개최하기에 '2%' 부적절한 공간이다. 따라서 청주시가 공예산업을 정책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 국제공예의 센터 역할을 할 수 있는 ICC 조성이 절실하다. ICC는 옛 연초제조창 부지나 옛 국정원 부지를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워홀은 '백화점이 미래의 미술관'이 될 것으로 예언했는데, 필자는 '여러분의 집이 미래의 미술관'이 될 것이라고 예언하고 싶다. 왜냐하면 공예야 말로 미래의 미술관(여러분의 집)을 구체적으로 현실화시킬 수 있는 작품·상품이기 때문이다.
■ 류병학은
▶미술평론가 겸 전시기획자
▶2006부산미엔날레 바다미술제 전시감독
▶격주간 '아트레이드' 편집주간 역임
▶저서로 '이우환의 입장들들' '일그러진 우리들의 영웅' '리빙퍼니처' '그림보다 액자가 더 좋다' '이것이 한국화다' 외 다수
송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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