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동물 이야기

토피영양은 다른 유제류와 마찬가지로 수컷들이 모여 암컷에게 구애행위를 하는 장소인 집단구혼장(lek)을 형성한다. 암컷은 수컷 사이를 돌아다니며 마음에 드는 배우자를 선택하는데, 대개 우수한 수컷 한 마리가 대다수의 암컷들을 차지하게 된다. 마치 상품전시회를 떠올리게 하는 이와 같은 짝짓기 체계가 왜 생겨나게 되었을까.

동물학자들은 집단구혼장으로부터 암컷이 얻는 이익이 많기 때문에 이러한 체계가 진화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해 왔다. 집단구혼장에 있을 때 암컷은 수컷으로부터 괴롭힘을 적게 당하고, 포식자로부터 안전하며, 희귀한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 토피영양이 흰개미 둑에 올라 주위를 살펴보고 있다. 암컷은 포식자가 근처에 존재할지라도 배우자를 선택하기 위해 집단구혼장으로 간다.
그러나 Stirling 대학의 Jakob Bro-Jørgensen 교수의 최근 연구는 집단구혼장에서의 실제 상황이 앞서 과학자들이 예측한 바와 정반대라는 것을 보여준다. 집단구혼장에는 식량 자원이 거의 없으며, 잡혀먹을 위험도 높을 뿐 아니라 수컷은 종종 암컷을 괴롭히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가장 놀라운 것은 암컷의 행동으로, 그들은 적극적으로 짝을 선택하며, 원하는 배우자를 얻기 위해 공격적인 행동도 서슴치 않는다. 때때로 이러한 행동은 마음에 드는 수컷과 다른 암컷의 교미 행위를 중간에 방해하는 질투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결과는 유제류에서 집단구혼장이 진화한 원인이 앞서 주장하였던 바와 다르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아마도 암컷의 배우자 선택권이 그 주요한 원인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 자료제공 : 한국동물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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