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식 / 한남대교수, 대전문학토론회회장

이규식 / 한남대 교수·대전문학토론회 회장

정시모집 원서접수를 마감한 각 대학들의 신입생 선발작업이 한창이다. 수시모집을 통해 어느 정도 학생들을 확보한 대학은 그래도 다소 느긋하겠지만 수시모집이 신통치 못한 경우 긴장은 배가된다.

공들여 선발을 마쳤다하더라도 여러 대학 복수지원이 가능한 현행제도 아래서는 2월 말, 3월 초가 되어야 최종 등록자가 확정돼 입시 당당자들로서는 두달간 피마르는 나날이 계속된다. 그 스트레스와 긴장, 피로감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를 일이다.

대학등록을 마트에서 물건 환불받듯이 바꿀 수 있는 지금의 대입제도가 과연 교육수요자의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대의명분에 적합하고 실제 효과면에서 소득이 있는지 이제는 냉정하게 평가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공들여 뽑아놓은 학생들이 등록금을 되돌려받고 돌아서는 뒷모습을 바라보는 입시 담당자들의 허탈속에 우리나라 입시현실의 구조적 모순이 드러난다. 실제로 피부에 와닿는 대학진학 인구의 격감, 나날이 정도를 더해가는 서울과 수도권 대학들의 무차별적인 물량공세로 인한 수험생 동요와 이탈 등도 그러하고 몇몇 특정전공으로 쏠리는 학생들의 선호도 편중 또한 해결 과제이다.

오랜 경기침체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은 대학이나 학부모 모두에게 부담이다. 등록금 이외에 생활비등의 지출로 서울, 수도권 진학을 망설이는가하면 대학 지명도와 외지를 선호하는 십대들의 정서로 지역이탈 현상 또한 만만치 않아 올 대입 등록률은 예측이 어려운 혼전을 보일 전망이다. 각 대학 나름대로 머리를 짜낸 수험생 유치 전략전술의 특성화는 대학생존을 위한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만시지탄이 있지만 올부터 1학기 수시모집 폐지결정은 다행스럽다. 그동안 학기 중 수시모집으로 사실상 연중 입시체제에 돌입한 대학의 피로감과 입시홍보예산의 과다한 지출, 대학 전 구성원의 입시홍보요원화는 본연의 교육, 연구 기능저하로 연결돼 결국 대학경쟁력 확보에 큰 장애물이 될 수 있었다.

특히 지난 연말 시작된 인터넷을 통한 각 대학별 정보공개는 빈익빈 부익부의 악순환이 가중될 개연성이 높다. 교육당국으로서는 전가의 보도처럼 교육수요자의 알권리 보장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객관적이고 철저한 검증이 제도적으로 수반되지 않는 대학 지표 공개는 자칫 공허한 숫자놀음과 일부 정직하지 못한 대학들의 허수남발로 이어져 본래의 취지를 퇴색시킬 수 있다.

교수 확보율, 교수 연구실적, 졸업생 취업률 같은 통계는 그런대로 의미가 있다하더라도 처우기준과 개인별 경력, 재정여건이 다른 각 대학의 교수봉급 실태까지 공개하라는 요구는 정보공개 자체의 취지와 실효성에 의문을 갖게한다. 우리 지역대학들이 원활한 학생확보로 안정적인 기반을 구축하고 수준높은 교육을 펼치기 위해서는 서울과 수도권 지역 대학들이 따라오기 힘든 특성화 전략, 그리고 학생들이 지역에서 공부할 때의 이점과 매력을 명시적으로 밝혀야 한다.

그것은 기업체를 모방한 요란한 과대광고로는 불가능하다. 겉만 번듯한 건물규모, 활짝 웃는 총장과 준수한 용모의 재학생 모델, 유명세를 타는 교수 몇 명의 확보에 있지 않다. 이미 임계점에 다다른 대학의 양적 팽창으로 인한 교육의 질적 저하와 쉽게 학점을 취득하면서 편하게 대학을 졸업하려는 심리에 영합하는 비교육적 학교운영을 배제하는 일이 우선이다.

충청권의 지리적 이점과 열린 도시 분위기를 십분 활용하고 교육기관으로서 지녀야 할 기본에 충실하면서 각기 특화된 대학 잠재력을 경쟁력으로 연결할 때가 아닌가 싶다. 아직은 방만한 수도권 대학들의 불투명한 장래와 어느새 고단한 쇠락의 길로 접어든 남쪽 지역 대학들의 경우를 유심히 지켜보자. 어려워도 의연하게 '기본'에 충실한 대학들의 상생을 위한 선의의 경쟁이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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