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의영 / 前 충청대교수

디지털혁명으로 표현되는 정보기술 산업의 급격한 발전은 디지털 경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해 오늘날 기업조직에서 지식과 정보가 새로운 가치로 자리 매김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지식정보 중심의 사회에서는 복잡하고 다층적(多層的)인 문제가 발생해 어느 한 분야의 지식과 사실 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가 매우 어려워, 창의와 혁신의 문화가 필요 하게 되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까지의 학문이 너무 세분화되면서 학문간의 횡적 교류 없이는 그 가치가 절하되고 현실세계에 대한 기여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러한 관점에서 바로 '지식 융합'의 필요성이 제기 된 것이다.

지식의 융합(融合)이란 '서로 다른 지식과 결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과정'으로 지금 학계와 산업계서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사실 현재와 같은 지나친 분과(分科)현상으로는 통합적이고도 전체적인 사고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인문계의 경우, 수학적 능력이 부족하면 논리적 사고가 결여될 수 있고, 이공계와 같은 분야에서 문학과 사회를 모르면, 사물에 대한 유연성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학문 연구는 융합과 통합의 관점에서 실천되어야 할 것이다. 경영학의 경우도 현재 기업환경이 매우 복잡하고, 글로벌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으며, 특히 고객만족과 고객가치를 실현해야만 기업의 생존과 성장이 가능한 사회에서는 무엇보다 인간 본성을 추구하는 인문학의 접근이 있어야 한다.

이는 인문학을 통해 통찰력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창의력과 혁신능력을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칼리 피오리나 전 HP회장은 대학에서 중세사와 철학을 전공해 비즈니스에 대한 분석력을 키웠으며, '기업 사냥꾼'으로 유명한 칼 아이칸은 프린스턴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해 철학적 분석력으로 기업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빌게이츠 마이크로 소프트 창업자 역시 기업경영에 있어 인문학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으며, 애플의 최고경영자인 스티브 잡스는 젊은 시절 인도에서 종교적 수행으로 그의 창의력을 키웠다고 한다.

요즈음 우리나라 CEO들도 문화사 특강을 통해 사업에 대한 통찰력을 얻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한 모습은 여간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롤프 안센 코펜하겐 미래학연구소장은 "정보화 시대 이후에는 상품을 사고 파는 것이 아니라 상품의 꿈을 사고 파는 시대가 도래 할 것이다.

꿈은 이이야기이며, 문화이다." 라고 인문학적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 한 바 있다.현재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인문학적 지식의 활용도 적은 편이며, 대학이 기업에 제공하는 경영전문지식이 너무 추상적이고 이론적이어서 경영의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부적합하고 상상력에서 나오는 창의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의 소리가 들린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에서 기업이 요구하는 이론과 기술 중심의 교과과정으로 면밀히 검토, 연구하는 한편, 인문교육을 통해 사물에 대한 지혜와 인간에 대한 통찰력을 길러 '인문학적 경영'의 토대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요컨대, 향후의 경영학 연구는 인문학과의 융합연구로 방향을 잡아가는 것이 바람직하고 그렇게 진행되리라 믿어진다.

최근 몇년간 국내 대학들도 경쟁적으로 지식융합을 핵심목표로 내세우고 연구가 진행되고는 있지만, 그 토대가 미약한 편이다. 즉, 분과별 학문 체계의 벽이 높은데다 융합에 대한 방법론이 제대로 정립 되어 있지 않아,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잘 모르는 실정이라 하겠다.

그러므로 중장기적으로 타 학문과의 접목에 따른 신분상 불안정성이 없도록 국가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정책적 차원에서 지식융합의 전체적 틀을 마련해 이를 토대로 각 학문분과에서 융합에 대한 세밀한 지도를 만들어 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곽의영 / 前 충청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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