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경비구역 JSA」가 전국의 극장가를 점령하고 있는 가운데 주말인 30일 실지(失地) 회복을 다짐한 외국영화들이 개봉된다.
마침 때는 따뜻한 사람의 체온이 그리운 계절. 남녀간에 주고 받는 감정의 결을 내밀하게 관찰하는 멜로물 3편은 점차 깊어가는 가을의 운치를 한결 더하게 될것 같다.


★뉴욕의 가을

▶감독 조안 첸/출연 리처드 기어, 위노나 라이더
머리가 허얘지도록 나이만 먹었지 진실된 마음으로 누군가를 사랑할 줄 모르는 바람둥이 50대 남자. 맑은 마음씨로 그 남자에게 사랑의 기운을 불어넣는 20대 초반의 아리따운 아가씨. 이 둘의 사랑이 깊어갈 즈음 여자에게 닥쳐오는 죽음의 그림자.

여기까지 이야기한다면 누군가는 이렇게 소리지를 법도 하다. 「그거 너무 진부한 이야기 아냐?」 맞는 소리다. 「라스트 콘서트」를 필두로 이같은 이야기를 담고있는 엇비슷한 영화들은 쌔고 쌨으니까.

하지만 중국의 여배우 조안 첸이 감독한 「뉴욕의 가을」은 여전히 매력남이라고 자부하는 리처드 기어와 청초한 위노나 라이더, 그리고 노란색으로 물든 아름다운 도시 뉴욕을 방탄막 삼아 과감하게 돌진한다. 비슷한 이야기들 속에서도 여전히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건 사랑이야기라는 확고한 믿음으로. 하긴 여기에 음유시인 가브리엘 야레의 낭만적 선율이 가세한다니, 이들의 믿음이 마냥 허무맹랑한 것만은 아닐테다. /청주 신씨네마1관


★스토리 오브 어스

▶감독 로브 라이너/출연 브루스 윌리스, 미셸 파이퍼
미혼인 관객들이야 그저 그러려니 하겠지만, 일단 결혼생활을 하고 있거나 해본 사람들은 절감하게 된다. 세상에 오묘한 일도 많지만, 그중 으뜸가는 오묘함이란 바로 남녀가 함께 사는 이치라는 것을.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세월에 곰삭은 남녀간의 우정을 사랑으로 엮어준 로브 라이너가, 이번에는 「해리와 샐리가 15년을 살았을 때」를 주제로 영화를 만들었다.

대신 주인공은 브루스 윌리스와 미셸 파이퍼. 즉흥적이고 소탈하지만 어떨 때는 대책없이 펑퍼짐한 만화가 벤과, 모든 일에 빈틈없는 칼같은 성격의 크로스워드 퍼즐 출제가 케이티가 어떻게 해서 서로를 참을 수 없을만큼 미워하게 됐는가를 들려준다. 비록 성급한 해피엔딩의 선택이 유감스럽다고는 해도 녹록치않은 관록의 배우들 열연과, 인간관계에 대한 감독의 성숙한 시선 때문에 얻을게 많을 것 같은 영화. 여기에 에릭 클랩튼이 가세했다. /청주 신씨네마2관


★피델리티

▶감독 안드레이 줄랍스키/출연 소피 마르소, 파스칼 그레고리
「충실·성실·충성·정절」. 한국관객들에겐 난해한 영화만드는 이로 기억되는 안드레이 줄랍스키 감독이 연인인 소피 마르소를 앞세워 만든 영화제목 「Fidelity」의 사전적 의미는 바로 그와 같다.

그러니 제목에서 곧바로 유추되는 것처럼, 부부간의 약속 혹은 인간과 인간간의 신의가, 끊을 수 없는 성적 욕망의 도전을 받았을 때 어떻게 위태로워지는가를 그린다.

최고의 사진작가인 클레리아는 개방적인 성관념으로 자유롭게 관계를 맺고 산다. 우연히 클레베라는 남자를 만나 우여곡절 끝에 결혼하게 되면서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하게 되는 그녀.
하지만 거칠기 짝이 없는 연하의 사진작가 네모를 만나게 되면서 마음이 흔들린다. 한 남자의 아내로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그와의 관계를 끝까지 거부하지만…. /청주 스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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