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박물관대학 '현실과 낭만-풍속화' 특강

"풍속화는 조선시대, 특히 조선 후기의 발달한 문화의 구체적인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시각적 자료로서,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잘 드러난 회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풍속화가 없다면 우리는 조상들의 생활상을 이처럼 뚜렷하고 구체적으로 알 수 없을 것이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역사의 여러 모습들의 재현도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진준현 서울대박물관 학예관이 지난 16일 충북대박물관 대학 제15기 강의에서 '현실과 낭만-한국의 풍속화' 특강을 가졌다. 이 강의에서 진 학예관은 시대별 풍속화를 예로 들며 풍속화의 개념과 요건, 종류, 역사, 의미와 특징에 대해 설명했다.

'인간의 풍속을 그린 그림'으로 정의할 수 있는 풍속화는 필요조건인 '사실성'과 충분조건인 '예술성'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풍속화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여러가지 모습인 만큼 사람들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때부터 있었다고 할 수 있다며 청동기시대에 그려진 울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도 그 의미로서 풍속화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 그림 속의 작살이 꽂힌 고래, 사리문, U자 동물우리 등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그 당시에도 고래를 잡아먹는 등 울산이 고래의 고장이었다는 사실이다. 현재 울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장생포 고래관광'의 유래를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한 고구려 고분벽화 역시 풍속화의 하나로 볼 수 있는데 달리는 말 위에서 고삐도 잡지않은 채 늠름하게 활을 당기는 무사의 모습을 통해 우리나라의 신궁탄생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풍속화는 실경산수도와 불교그림, 기로회도와 초상화 등이 많이 그려진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에 와서 본격적으로 발전한다. 조선 중기까지의 풍속화는 각종 계회도나 기록화, 경직도, 무일도 등 주로 왕실이나 사대부 지배층을 위한, 혹은 그들의 시각을 담은 풍속화였다.

그러나 조선 후기에는 왕실이나 사대부들 뿐만 아니라 서민들의 풍속화도 크게 발달했는데 그 이유로 숙종, 영조, 정조대의 정치적 안정과 실학의 발달, 현실에 대한 자각 등을 들 수 있다. 진 학예관은 "특히 이 때부터 예술로서의 풍속화를 선보이며 본격적인 감상의 대상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18세기 전반의 발생기 화가로는 윤두서와 그의 아들 윤덕희, 또 윤두서의 손자인 윤용, 정선, 조영석, 김두량 등이 있으며 18세기 후반에 우리가 잘 알고있는 이인상, 정황, 강희언, 강세황, 김홍도, 김득신, 신윤복 등에 의해 전성기를 맞는다. 이들은 화원화가, 직업화가로 활동하면서 예술적인 면에서나 스케일 면에서 명실상부한 풍속화를 완성시킨다.

진 학예관은 "일제의 침략으로 이러한 조선시대의 예술적 맥이 단절되지만 않았다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한국예술을 꽃 피웠을 것"이라며 "피카소, 마티스, 모네를 뛰어넘는 우리 화가들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작가 전시에 열광하는 세태가 안타깝다"는 아쉬움과 함께 우리나라 화가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당부를 하며 특강을 마쳤다. / 송창희

▲ 대담한 구도·색감 돋보여 # 강세황의 '영통동구(靈通洞口)'= "영통동구에 난립한 바위들이 어찌나 큰지 집채만 하며 이 바위에는 푸른 이끼들이 끼었는데 눈을 깜짝 놀라게 한다. 이 넓은 장관은 보기 드문 풍경이다" 김홍도의 스승인 강세황이 지금의 개성인 송도지방을 여행하고 엮은 '송도기행첩(松都紀行帖)' 17면 중의 하나이다. 날카로운 대상 포착과 대담한 구도, 중량감 넘치는 바위의 입체화법과 색감이 서구적이다. 큰 바위아래 깨알같은 선비와 시동의 모습이 보인다. ▲ 풍악 즐기는 양반모습 생생
# 김홍도의 '후원유원도(後園遊宴圖)'= 학과 원앙이 한가로이 놀고 있는 호사스러운 귀인의 후원 연못가에서 아리따운 기생은 풍악소리에 맞춰 창을 하고 있다. 이처럼 양반은 직접 기방에 가지 않고 기생과 악공을 집에 불러들였으나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아 지체높은 양반이나 종친이 아니면 이를 감당하기 힘들었으나 조선후기 경화사족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이 되었다. 담장 뒤에서 행사준비자들이 일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귀 기울이는 모습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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