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과학의 날

▲ 정진수 / 충북대 과학기술진흥센터장
지금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경쟁력이 있는 나라로 만들어 준 것은 우리나라 과학 기술의 힘이다. 70년대와 80년대에 공부한 사람들이 지금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학생들이 받는 과학 교육을 생각하면 우리나라의 앞날이 걱정스럽다.

우리나라 과학교육의 현실을 살펴보자. 초등학교의 과학은 활동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교과서에는 과학적인 내용에 대한 설명은 별로 없다. 중학교에서 과학은 갑자기 어려워진다. 추상적인 개념이 많이 도입되고, 이론적인 설명이 늘어난다. 선생님들은 실험을 포기하고 이론적인 수업만 진행해도 많아진 내용을 소화해 내기가 벅차다. 고등학교의 과학은 거의 대학 수준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교과서의 분량에 제한을 두고 있다. 때문에 교과서에 충분한 설명을 할 수가 없다.

얼마 전에 중국의 대학을 방문한 일이 있다. 한 실험실의 벽에 '과학은 경험적 학문'이라는 현판이 걸려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과학을 제대로 하려면 실험과 관찰은 필수적이다. 초등학교에서는 교과서가 활동 위주로 되어있기 때문에 학교에서 그나마 실험을 한다. 고등학교에서는 선생님이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 실험을 하면 학부모가 전화를 해서 항의를 하기도 한다. 대학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쓸데없는 일을 한다고….

한 조사에 의하면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 과학이라고 한다. 체육보다도 인기가 있다고 한다. 같은 조사에서 고등학생이 가장 싫어하는 과목이 과학, 그중에서도 물리학이라고 한다. 가장 좋아하는 과목에서 가장 싫어하는 과목으로 변하는 원인 중의 하나가 실험이다.

또 다른 조사에서 학생들이 언제 흥미를 보이는지를 조사하였다. 새로운 것을 접할 때, 신기한 것을 만날 때, 학생 스스로 물건을 만지거나 만들 때. 세 번째 조건은 꽤 의미가 있다. 이미 해본 것, 신기하지도 않은 것이라 할지라도 스스로 해보면 즐겁다는 것이다.

충북대학교 과학기술진흥센터에서는 바이오누리사업단과 첨단소재누리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을 중고등학교에 파견하여 학생들에게 실험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학생들은 이런 저런 과학 행사를 통해 과학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생들은 학교에만 묶여있게 되고 진정한 과학을 위한 활동을 할 기회가 적어진다.

학생들은 자기의 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대학에 진학을 한다. 부모의 뜻에 따라 의대에 진학한 학생이 몇 년이 지난 후에 공과대학에 진학하기도 한다. 부모의 과욕이 자식들에게 의미 없는 삶을 자초한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컴퓨터를 만드는 회사인 애플 컴퓨터의 스티브 잡스는 2005년에 미국의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에게 "여러분이 좋아하는 일을 찾으십시오"라는 강연을 하였다. 자기 자신은 그 덕분에 성공한 인생을 살았다는 조언이다.

우리 아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 어른들의 책임이다. 아이들이 이공계 적성을 가지고 있으면 이공계로 보내주어야 한다. 그 이전에 아이들이 이공계 적성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우리 나라 앞날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정진수 / 충북대 과학기술진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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