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기획취재] 음성 큰바위얼굴 조각공원

충북 음성 생극면에는 3천여 점의 큰바위 얼굴 조각공원이 있다. SBS드라마 '카인과 아벨'이 촬영된 곳이어서 '충북을 대표하는 명소'라고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대체 이 공원은 누가 만들었으며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큰바위 얼굴 조각공원을 가기위해 찾아간 곳은 음성현대정신병원이다. 입구서부터 18m 크기의 큰바위 얼굴 조각들이 나를 반겼다. 이번 검찰에 소환된 노무현 전 대통령부터 얼마 전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 각 나라 대통령과 예수님, 거기에 배우, 스포츠인 심지어 사회주의 지도자 김일성과 빈라덴까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생사를 불문한 무수한 인물들이 방문자를 반기고 있었다. 그 가운데 중절모를 꾹 눌러쓴 거암 정근희 이사장을 만났다.

▲ 음성 생극면에 만들어진 큰바위얼굴 조각공원에는 얼마 전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 각 나라 대통령과 예수님, 사회주의 지도자 김일성과 빈라덴까지 인물조각상 3천여점과 동물, 공룡 등 작은 조각상까지 4천여점이 넘는다. "17년 전에 시작할 때만 해도 주위에서는 '제정신이냐?'며 말리는 사람도 많았죠. 처음엔 삭막한 정신병원 이미지를 순화하고 환자들 산책 코스로 시작하려던 것이 미국 큰바위 얼굴을 보고 난 뒤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하나 둘 모으다보면 후세에게 남겨줄 문화유산과 충북을 대표하는 곳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명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말입니다."미친짓(?)이라며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일을 벌인 이가 바로 정근희(63) 이사장이다. 그는 1991년부터 준비에 들어갔다. 한국에서 진행하고 싶었지만 여건이 녹록치 않았다. 하여 중국과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차렸고 중국 푸젠성에서는 50년간 화강암을 캐낼 수 있는 권리를 따냈다. 이에 현지에 '거암예술학원(전문 석공 양성기관)'을 차려 전문 석공인을 양성해(현재 약 600명) 공원에 들여올 조각들을 제작해 17년째 들여오고 있는 것이다.
"돌이라는 것은 수 천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죠. 4천년 가까이 잘 보존되고 있는 중국의 만리장성이나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보면 알 수 있죠. 한사람의 실수로 소실된 남대문만 봐도 목재가 아니라 돌이었다면 큰 피해는 없었을 겁니다. 이 때문에 저는 돌을 고집하지요. 후세에게 소중한 문화재산을 물려줘야 하니까요."

이 공원에 들어선 얼큰이(?) 조각들은 중국 예술학원에서 석공 7명이 7개월 동안 쪼아 만든 것이다. 얼굴조각상 하나가 완성되기까지는 통상 40t 화강암 덩어리 4~5개가 소모되며 중국에서 배로 들여와 공원에 안치되기까지는 1년 가까이가 걸린다. 이렇게 모은 조각상들만 3천 여점. 여기에 동물, 공룡 등 작은 조각상들까지 합하면 총 4천여점이 넘는다.

"공원 안쪽에 중국 지린성(吉林省)에 있는 고구려 제19대 광개토대왕의 능비(陵碑)와 크기며 활자가 똑같은 광개토대왕비가 있죠. 들여올 때 무척이나 힘들었습니다. 광개토대왕비가 우리 문화유적임에도 불구 유네스코엔 중국유적으로 등록돼 있습니다. 이 때문인지 중국에선 반출을 꺼려하며 못 가져가게 하더라고요. 긴 시간과 많은 인력들이 노력한 끝에 밀수품을 운반하듯이 몰래 가져오는데 성공했죠. 후세들에게 우리 문화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싶었습니다."

▲ 실물 크기로 3년에 걸쳐 제작한 광개토대왕비. 이곳엔 위인의 조각상만 있는 것이 아니다. 쌍둥이 광개토대왕비도 있다. 이 비석은 중국 지안에 있는 광개토대왕비와 같은 실물 크기로 3년간 제작됐으며 비석에 새겨진 서체 또한 현지에 있는 비석과 매우 똑같이 만들어져 실제 광개토대왕비와 분간하기 힘들 정도이다. 또한 그 옆엔 한문으로 새겨진 글귀를 알기 쉽게 한글로 만든 '한글판 광개토대왕비'도 서 있다."이 사업을 시작한지 1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아이부터 어른들까지 수십만명이 다녀 갔습니다. 그들이 보고 간 것이 한낮 돌 조각일지 몰라도 마음 한 켠에는 나도 저들과 같은 위인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할 것으로 믿습니다. 특히 자라나는 어린 학생들은 더욱 그럴 것이라 믿죠. 이 사업은 기한이 없습니다. 수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문화재가 돼 후세에게 큰 꿈과 희망을 안겨 주는 것이 저의 큰 목표이자 꿈입니다."'현재도 위인은 계속 탄생합니다. 그렇기에 지구가 멸망하는 날이 조각공원의 마지막 날이라고 봐야죠'라며 허허롭게 웃음을 보이는 정 이사장. 과연 거암(큰바위)이었다.큰바위얼굴 조각공원은 인물로 보는 세계의 역사를 뛰어넘어 인류의 역사가 파노라마 처럼 다가오는 장소였다. 교육의 장으로도 손색이 없었다. 충북의 자긍심이었고 대한민국의 자존심이었다. 무형의 역사적 가치가 충북의 자산으로 영원히 남겨지기를 바란다. / 위정숙 시민기자 orchidwjs@naver.com# 정근희 이사장 사무실에 가보니 창세기부터 현재까지 모든 분야 서적 빼곡 병원 1층에 있는 정 이사장의 사무실은 벽을 둘러 인류 창세기부터 현재 이르는 모든 분야에 관한 책이 가득 차 있었다. 그야말로 작은 도서관이었다. 세계역사에 길이 남을 명사들의 자료가 그의 머릿속에 줄줄 나오는데 해박한 지식에 놀랐다. 매일 14개의 일간신문을 훑어보며 정보를 얻는다.이렇게 해서 세계 185개국 위인과 각 분야의 유명인사 조각으로 가득 찬 '큰 바위 얼굴 조각공원'이 탄생했다. ▲ 백범 김구 선생 조각상 앞에 선 정근희 이사장.
그중 "광개토대왕비는 2004년 유네스코로부터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하지만 중국이 동북공정프로젝트를 앞세워 역사를 왜곡(우리나라 5000년의 역사를 2000년으로 단축)시키려하는데 있어서 중국의 무모한 시도에 대항하고 우리 후손들에게 올바른 역사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구상했다"며 "3년이라는 긴 제작기간과 운반 시 높이(6.39m), 무게(중량48톤·좌대22톤)때문에 고속도로도 못 타고, 터널도 통과할 수가 없어서 전국 도로망을 샅샅이 뒤져 운반했다"며 당시 힘들었던 시기를 회고했다. 여기에서 정이사장의 조국애를 느낄 수 있었다.

지난달 18일에는 호주, 모로코, 우즈베키스탄, 튀니지 등 11개국 대한민국 주재 대사관 가족들이(총43명) 충북도청을 방문한 뒤 조각공원을 찾았다. 이들은 하나같이 "경이로움과 세계에 하나뿐인 조각공원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했다. 이렇듯 이국인들의 가슴에도 충북이라는 지역의 이름이 새겨졌으리라 믿는다.

정 이사장은 "이름 있는 문중이나 재벌총수들이 연락을 해온다"고 했다. 돈을 댈 테니 얼굴 조각을 만들어 세워달라는 것. 심지어 수십억 원을 내겠다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그는 "아무리 자본주의 물질만능주의 사회지만 외압이나 돈으로 대상 인물을 선정한 적은 없다"고 했다. 이만큼 인물 선정에는 까다롭고 엄한 정이사장이었다.

최근 정 이사장은 이명박 대통령, 박태환, 김연아, 박지성 조각상을 만들 구상을 하고 있다.

이제 얼굴조각을 원하는 이들은 지구촌 각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할 것이고 향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그중 충북에 이목이 집중될 것이다.

위인은 현재도 미래에도 탄생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17만평이라는 부지가 부족해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조각상들이 줄지어 놓여있다.

인천광역시 한국공항공사측이 "영종도 국제공항 근처 부지제공을 약속하며 조각공원을 옮겨 달라"는 연락이 와서 한때는 고민도 했다. 충북도와 음성군은 그 소식을 접하고 지역 경제 발전에 도움을 주는 조각공원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50만평(약165만2900㎡) 군유지를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이로써 2010년에 공사를 착수해 4~5년 뒤 세계유일 인물테마파크가 세워진다. 이쯤이면 국제적인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편 지난 1년간 이 조각공원을 다녀간 인원이 60만여명에 이른다. 해마다 관광객 수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여서 지역 경제발전에도 한몫을 하고 있다.

큰바위 얼굴조각공원이 충북도민의 깊은 관심과 사랑으로 찬란한 충북 문화유산으로 영원히 남기를 기원해 본다. / 위정숙 시민기자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