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의 뜻을 '좇아서' 가업을 잇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위의 예문처럼 말하는 경우를 종종 듣게 된다. 이는 '좇다'와 '쫓다'를 구분해 설명하지 않았다는 문제가 있다. 즉, 최소의 쌍인 단어쌍 '좇다/쫓다'를 대립시키지 않은 까닭이다. 여기에서는 '좇아서'가 옳은 표현이다.

'큰사전'을 보면, '좇다'는 '남의 뜻을 따라서 그대로 하다'로, '쫓다'는 '있는 자리에서 빨리 떠나도록 몰다', '급한 걸음으로 뒤를 따르다'로 돼 있다. 뜻을 따르는 것은 '좇다'이고, 직접 발걸음을 떼서 따라가는 것은 '쫓다'라는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어찌된 까닭인지 '큰사전'에서 분명했던 구분이 그 이후의 사전에서는 지켜지지 않았다.(예를 들면 새 우리말큰사전 등) '좇다'에 '남의 뜻을 따르다'는 뜻 외에 '뒤를 따라가다'라는 뜻까지 올리거나 '뒤를 따르다'라고만 뜻풀이하고 상세한 설명을 하지 않아 '좇다'와 '쫓다'를 구분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 그 집이 우리 집보다 몇 '곱절'은 비싸다.

이 때는 '몇 갑절'이 아닌 '몇 곱절'로 써야 올바른 표현이다. 왜냐하면, 수관형사나 수와 관련된 명사와 결합할 경우, '세 곱절', '네 곱절', '몇 곱절' 등의 표현은 가능해도 '세 갑절', '몇 갑절'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기 때문이다. '갑절'은 '어떤 수나 양을 두 번 합한 만큼'이란 의미로만 쓰인다. 곧, '두 배'를 뜻할 때만 갑절을 쓴다. 그런데 '곱절'은 '두 배'의 의미도 있고, 여기에 더해 '일정한 수나 양이 그 수만큼 거듭됨을 이르는 수량'이란 의미도 있다. 예로는 '생산량이 작년보다 곱절이나 늘었다', '그 상점은 도매보다 가격을 곱절로 비싸게 부른다' 등이 있다. 결과적으로, 곱절은 '두 배'의 뜻뿐만 아니라 한자어 '배(倍)'의미도 갖지만, 갑절은 '두 배'라는 한 가지 의미만 갖기 때문에 '곱절'로 써야 올바른 표현이다.

황경수 / 청주대 국어국문과 교수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