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 함께 버려 아직도 정착 안돼

"휴일 근무가 제일 힘들죠. 주민들이 내어놓은 쓰레기들이 제대로 분리가 안 되어 여러 번 손이 가야 합니다. 캔과 병, 플라스틱, 스티로폼, 종이류 등 분리가 철저히 되어야 하는데 잘 안 되고 있어요. 일일이 분리하기가 번거로우니까 마구 섞어 내어놓는 주민들이 있습니다"


청주시내 아파트에서 경비를 10년째 하고 있는 최명길(청주시 상당구)씨는 매주 월요일 시행되고 있는 쓰레기 분리배출에 대한 주민의식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청주시 광역소각장으로 반입할 수 없는 폐기물인 이불과 베개, 장판, 화분 등은 쓰레기 규격봉투에 버리거나 동사무소에서 발행하는 스티커를 부착해 버려야 한다.
엘리베이터 안내문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도 해보지만, 이를 철저히 지키는 주민은 찾아보기 힘들다.


"화분이나 큰 유리 같은 것은 규격봉투에 조각을 내어 버리거나 동사무소에서 발행하는 스티커를 부착해야 하는데, 식물을 심은 채 내어 놓거나 누가 내놓은 것인지 확인할 수조차 없어 일부 비용을 감당하며 스스로 스티커를 발부받아 부치는 경우도 있지요"라는 경비원들의 하소연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쓰레기 종량제는 1994년 30개 시.군을 대상으로 한 시범 운영에 이어 1995년 1월부터 전국적으로 실시해온 제도이다. 시민 각자에게 쓰레기 배출량에 대한 책임의식 고취와 절약정신, 나아가 환경보전의식 함양까지 여러 효과를 겨냥해 실시한 제도이지만, 시행 10여년이 지나도록 제도의 정착은 아직도 멀게만 느껴진다.


음식물 쓰레기의 경우는 마늘 껍질이나 조개 같은 딱딱한 어패류 껍데기를 그냥 버리거나 냉동실 등에 보관해오던 음식물이 비닐봉지에 포장된 채 버려지는 경우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쓰레기 종량제에 따른 분리배출을 실시하던 초기에는 주민들이 조를 짜서 돌아가며 재활용품 등을 가려내고 철저히 분리해 왔는데, 요즘은 이웃들끼리 예전만큼 소통도 되지 않고 각자 환경을 생각하며 분리 배출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주민의식이 절실히 필요하지요."


쓰레기를 불법 투기할 경우 벌금을 물린다는 행정적 제재도 중요하지만, 불법 투기자를 일일이 가려내기도 쉽지 않고, 주부 김명자씨(청주시 상당구 사천동)의 지적대로 가장 중요한 것은 성숙한 주민의식이다.


누가 보지 않아도, 행정적 제재를 고려하지 않아도, 쓰레기를 발생시키는 각 가정의 한 사람 한 사람이 쓰레기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각종 쓰레기를 철저히 분리 배출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런 주민의식이 선행되어야, 쓰레기 종량제의 본래 취지대로 쓰레기 배출량이 줄고, 재활용에 따른 절약정신을 바탕으로 맑고 푸른 우리 미래 환경이 약속될 것이다. 송성천 시민기자 / skyskys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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