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 용화면사무소 직원 전화 심부름 '감동'

시골마을에 전화가 한두 대밖에 없었던 시절에는 전화 있는 댁에서 발품을 많이 팔았다. 대부분 이장 집에 전화가 있었는데, 그 댁 부인이나 자식들은 100 내외의 집들을 뛰어 다니며 "아저씨 전화 왔어요"라고 외치는 전령역할을 했다.


요즘은 누구나가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는 세상이라, 그런 일은 추억 속에서나 있을 일이 되었는데, 지난 4일 용화면사무소 젊은 직원덕택에 그 훈훈한 정서를 맛보았다.
지난 4일 오후 1시 30분, 영동읍에 사는 임두환씨(70세)가 청주에서 온 손님과 함께 영동군 용화면 용화리에 사시는 당숙을 찾아가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세 차례나 걸었으나, 올해 90세의 임규영 당숙과 84세의 당숙모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워낙 고령인 분들이라 걱정이 되어, 노인정이 있는 마을회관에 전화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114에 노인정 번호를 물었지만, 등록되지 않아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임씨는 노인정 번호를 묻기 위해 용화면사무소에 전화를 걸었다. 면사무소에는 관내 노인정 전화번호가 정리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면사무소에도 용화리 노인정번호가 등록되지 않다는 대답이었다.


답답함과 걱정에 싸인 임두환씨가 전화를 내려놓으려는 순간, 면사무소 젊은 직원이 "제가 가서 계신지 알아보고 올게요"수고를 자청했다. 연락받게 될 임씨의 전화번호를 물은 뒤 그는 전화를 끊었다. 잠시 후 임두환씨에게 전화가 왔다. 그는 임규영 할아버지가 노인정에 잘 계시다는 것과 그 곳의 전화번호를 친절히 알려 주었다.


영동읍에서 용화면사무소(면장 성영근)까지는 약 한 시간 걸린다. 임씨는 당숙 댁에 들어가기 전에 면사무소부터 찾았다. 전화를 전해준 이름도 모르는 그 젊은이가 누군지 무척 궁금했기 때문이다. "젊은이 고마워요!!"나이와 이름을 묻자, 그는 28살이고 황민호라고 대답했다.


면사무소를 나오며 노인정이 얼마나 떨어져 있나하고 돌아보니 약 150미터는 되겠다. 더운 날씨인데 달려가 "임규영 할아버지, 계셔요? 전화 왔어요." 외치고는 노인정의 전화번호를 적어서 부리나케 면사무소로 달려왔을 그 청년이 임두환씨를 오후 내내 싱글벙글하게 만들었다. "아! 정말 고마운 청년이야" 임씨의 입이 귀에 걸렸다. 김순애 시민기자 / dnfck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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