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탕감 경영권 보장' 기업회생절차 악용

기업 구조조정의 명확한 기준없이 대부분의 기업에 금융지원이 돌아갈 것처럼 관련 업계에 회자되면서 지역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 차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 기업(법인)회생 악용 우려 높다= 청주지방법원과 지역 관련업체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한 지역 기업들이 법원에 기업회생(법정관리)절차를 신청한 건수는 모두 9건으로 지난해(총 12건) 같은 기간에 비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 도내 기업회생절차 신청 건수는 관련법이 통합돼 시행된 첫 해인 ▶지난 2006년 1건에서 ▶2007년 5건 ▶지난해 12건으로 늘어난 뒤 ▶올해 이달 현재까지 9건으로 연말까지 추산하면 20건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침체로 위기에 처한 기업들이 많은 것도 이유지만 기업회생절차 자체가 사주의 잘잘못을 명확히 따지지 않고 경영권을 그대로 보장해 준다는 점을 아용하는 기업들도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기업회생절차는 과거 화의 등과 달리 부실기업의 경영관리인으로 종전의 경영주를 그대로 임명하기 때문에 경영부실 책임이 있는 사주가 경영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경영의 계속성을 유지하고 해당 기업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주가 기업을 관리하는 것이 좋다는 취지지만 이를 악용하는 악덕 사주들도 많아 도덕적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최근 거래기업인 청원 모 업체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해 애를 먹은 적이 있다"며 "빚은 탕감해 주면서도 경영권은 그대로 보장해 주는 기업회생절차의 약점을 악용하는 기업들도 상당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주지법 손천우 공보판사는 "기업주의 도덕적해이를 차단하기 위해 감사제도를 요구하는 등 여러 가지 견제장치를 두고 있고 채권자협의회에서도 견제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 모럴해저드 차단 더욱 강화해야= 지역 일부 중소업체들이 이를 악용하고 있다는 의심 사례가 속출하자 금융감독 당국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패스트트랙 프로그램(중소기업에 만기 연장과 신규 자금 지원 등 유동성을 지원해주는 제도)을 적용받은 중소업체들이 단기간 안에 폐업·부도·연체등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은행 지도를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도 보증부대출 보완책 마련에 나섰다. 보증부대출이 '눈먼 돈'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보증심사를 보완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증심사 속도를 높이기 위해 현재까지는 신·기보의 상담절차를 생략했지만 7월부터 직접 상담하는 방식을 되살리고, 보증 처리기간도 5일 내에서 7일 내로 다소 늘려 보증서 발급에 신중을 기할 방침"이라며 "한정된 재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자는 차원이지만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당국의 지원 의지가 후퇴한 것은 아니며 악용기업들을 분석해 금융기관에 통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이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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