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가족 5명 영화감독…11일 관객과의 대화

오늘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제5회 부산국제영화제 최고의 귀한 손님은 바로 이란의 영화가족 마흐말바프가였다. 아버지 모흐센 마흐말바프(43), 어머니 마르지에 메쉬키니(31), 큰 딸 사미라(20), 아들 메이삼(19), 작은 딸 하나(12)는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특별프로그램인 「살롬 시네마! 마흐말바프가의 영화들」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온 집안 식구가 모두 영화인이고 마흐말바프 영화학교 학생이기도 한 이 이색가족의 중심인 모흐센 마흐말바프는 「가베」와 「고요」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소개된 이란영화의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와 함께 이란영화를 세계영화 중심부에 안착시킨 장본인이다.

올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칠판」의 사미라는 「그 아버지에 그 딸」이란 찬사를 한 몸에 받으며 일약 세계적 감독으로 부상했고, 남동생 메이삼은 「사미라는 「칠판」을 어떻게 만들었는가」라는 장편 다큐멘터리 메이킹필름을 만들었다. 아내인 마르지에 또한 「내가 여자가 된 날」이란 데뷔작을 이번에 선보였으며 막내인 하나는 어머니 영화의 스크립터를 맡았으며 지난 98년에는 「이모가 아팠던 날」이란 영화를 만든 영화감독이다.

부산에서 첫 공식일정으로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가졌던 이들 가족은 하루뒤인 11일 오후5시 3시간에 걸쳐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행사장인 대영시네마5관을 꽉 채운 관객들의 성원에 마냥 즐거운 표정이었던 이들 가족은 시종 화기애애한 가운데서도 각자 독특한 개성을 드러내면서 관객들과 일문일답을 가졌다.

이날 가장 많은 질문이 집중됐던 모흐센 마흐말바프는 시종 「탈(脫)헐리우드」 혹은 「반(反)헐리우드」 영화론을 강조하는 한편 디지털을 통한 영화혁명을 주창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최근 이란영화가 급부상하는 이유로 『전세계 90%를 장악하고 있는 헐리우드 스타일의 영화는 폭력과 살인 등 인생을 거짓이 섞인 위선적 시각으로 보고 있다』고 전제하고 『하지만 이란영화는 인생과 흡사하며 인간의 모습을 참되게 담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사랑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란은 원래 시인을 우상화하고 양성하는 나라이며 위대한 성인들은 모두 시인들이었다』면서 『이같은 철학적 전통이 이란 예술영화의 토대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예전엔 카메라가 특정소수에게만 국한됐으나 디지털이 혁명을 일으켜 누구든지 영화를 찍을 수 있게 됐다』고 말하고 『문제는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가의 문제』임을 강조했다. 스스로가 인식하는 문제, 인생에 대한 영화, 인간공통의 아픔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

스무살이라는 적은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당당하고 열정적인 자세로 답한 사미라는 자신의 영화입문에 대해 「영화와 생활이 섞여있던」 성장환경을 첫번째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곧 『누군가 마음속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어질 때는 더 이상 마음 속에 비밀을 간직할 수 없게된다』는 말로 학교를 그만두고 영화현장에 뛰어들었던 5년전의 행동을 설명했다.

또한 사미라는 『영화에서는 인간이란 존재와 그 공간을, 신이 만든 것과 가장 유사하고도 밀접하게 만들어내기 때문에 영화만드는 일은 신의 일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아시아영화 프로그래머인 김지석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대화시간에는 엄마의 영화인 「내가 여자가 된날」에서 스크립터를 맡은 하나와, 누나영화의 메이킹 필름을 맡은 남동생 메이삼이 영화제작시의 불만을 농담조로 털어놓기도 했다.

특히 귀여운 외모의 하나가 『영화를 찍을 때는 더이상 엄마가 엄마가 아니고 한 사람의 감독이었을 뿐』이라고 투정하자 엄마인 마르지에가 『만약 하나가 잘못했을때 내가 그렇게 소리치고 야단치지 않았다면 아마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그렇게 소리쳤을 것』이라고 말해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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