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진천 이월면을 지나 귀가 먹먹하도록 산길을 달리다 보면 안성 시내까지 30여분, 차창 밖으로 아름다운 풍경이 계속 돼요. 한적한 그 길을 알게 된 건 2년 전, 그러니까 2007년 이맘때 진천으로 상담 나갔다 알게 되었지요. 워낙 길맹인지라, 그럼에도 큰 길 따라 가다보면 '청주' 이정표가 나오곤 해서 그 날도 무작정 달렸던건데 안성까지 간 거에요. 초조하고 불안했지만 '몇 시간이 걸리든 이 길을 따라 청주까지 가보자'라고 생각을 고쳐먹으니 불안함도 사라졌고, 불안함이 사라지니 창밖 풍경까지 눈에 들어왔어요.

그 날 이후 깊은 고민거리가 생기면 그 '길'이 떠올랐어요. 아마도 초조함과 불안함이 사라지던 그 날의 기분 때문인듯한데, 오늘도 오랜만에 그 길을 달렸어요.

가는 내내 목이 말랐지만 생수 살 곳이 마땅치 않아 결국 이월면의 어느 아파트 상가까지 들어가게 됐어요. 그 곳에서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들을 만나게 되었지요. 이것저것 골라 계산을 하고 있는데 한 녀석이 가게 문 앞으로 친구들을 불러 모으는 거에요. "난쟁이가 나타났다. 난쟁이다."
 

   
 
 
 

맙소사, 순식간에 열 명 남짓한 아이들이 몰려들었지요.

당황한 슈퍼 주인이 '녀석들 꿀밤 한 대씩 먹여줘라'고 귀띔 하셨죠. 순간 오른손에 힘이 들어가더군요.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아이들의 눈을 피한 건 저였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지요. 동화책에서만 봐 온 난쟁이를 실제로 보게 되어 신기할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착한 눈들이었거든요.

그럼에도 '난쟁이'란 말 한마디에 '차별'을 더하고 '무시'를 곱해서 '꿀밤'이란 오답을 선택하려 했으니 얼마나 창피하고 미안했겠어요. 그 동안 '장애인 입장에서 생각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나 자신 외 아이들 입장에서는 커녕 그 어떤 것도 관심 갖지 못하고 살아 온 과거까지 반성케 하는 맑은 눈들이었습니다.

이월초등학교에 다닌다는 그 아이들과 약속을 했어요. 2학기 때 학교로 놀러가기로. 짧은 만남을 아쉬워하며 아이들이 저를 초대했거든요. 더 많은 친구들에게 소개해주고 싶대요. '난쟁이는 세상을 어떻게 사는지, 아이는 어떻게 낳는지' 궁금한 것이 많대요.

아무려나, 대수롭던 고민이 사라지는 그 '길' 위에서 오늘은 귀한 스승까지 만났습니다. / 김상윤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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