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창문 열어봐요" 청주기상대 사람들

최근 오락가락하는 날씨 속에서 예보가 빗나갔다며 불만을 드러내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기상예보를 맞추기란 쉽지 않다. 날씨에 웃고 날씨에 우는 청주기상대의 예보관들은 여름이 가장 힘들다.

"예보관은 자연과 싸우는 사람들입니다. 최근에는 슈퍼컴퓨터 같은 좋은 무기를 갖게 됐지만 지구온난화로 태풍, 게릴라성 호우 등 상대방이 더 강해져서 만만치가 않아요. 저희가 이길 확률은 86% 정도. 특히 요즘은 상대가 몰래 왔다가 순식간에 도망가는 바람에 이기기도 어려워졌어요."

▲ 청주기상대 정광모, 김영희, 이미연, 김응식(오른쪽부터) 예보관들이 일기도, 위성·레이더 사진을 보며 기상관측을 하고 있다. / 김기태

31년차의 베테랑 정광모(52) 예보관은 하루 종일 구름영상을 보고 관찰을 해도 최근 잇따르는 게릴라성 호우는 어느 지역에, 얼마나 내릴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놓는다.

기상예보는 지형적 특성과 과거 기상자료 분석, 예보관의 경험과 노하우 등이 합해져 평균 86%의 적중률을 보이는데 최근의 들쭉날쭉한 날씨는 이를 무력화시킨다.

"내가 한 예보가 맞나 새벽에 자다가도 일어나 확인해요. 과학은 항상 변해서 관측하기가 어려워요. 최근에는 더 그렇고."

청주기상대 직원 16명 중 예보관은 10명. 정광모·김승옥·손지현·김청식·이준휘·이일용·박상순·이미연·김응식·김영희 등은 2명씩 4교대로 12시간씩 근무한다. 매일 새벽 1시, 전날 밤 관측자료를 바탕으로 첫 예보를 내보내고 이후 3시간 간격으로 예보를 생산한다. 오전 8시, 오후 3시에는 예보브리핑을 갖는다.

입사 3년차 막내 이미연(29·여) 예보관은 인터뷰에 응할 시간도 없이 정신없이 바쁘다.

오전 8시 출근해 매시 정각마다 하늘상태·가시거리 등 기상요소를 체크해 내부 전상망에 올리고, 동시에 일기예보전화 '131'에 새 기상정보를 업데이트한다. 또 3시간마다 동네예보를 챙겨야 하고 경보·주의보가 발표되면 유관기관 등 461명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기상정보도 보내야 한다.

"관측시간이 국제적 약속이다 보니 한 시도 미룰 수가 없어요. 혹시나 까먹을까 싶어 한 시간마다 알람을 맞춰놔요. 이제는 습관이 돼서 퇴근 후, 휴일에도 매시 정각만 되면 자연스럽게 시계에 눈이 가요."

입사 5년차 김영희(30·여) 예보관은 날씨의 역동성에 매료돼 예보관을 선택했다. 하지만 '빗나간 예보'로 항의전화를 받을 때면 속상하다.

"우리가 예보를 잘 맞췄을 때는 아무 말이 없지만 틀리면 난리에요. 날씨가 생업과 밀접한 분들한테 항의전화를 많이 받는데 예전에는 하루에 100통씩 받았어요. 욕설, 막말에 처음 입사한 여직원들은 막 울고 그랬죠."

'밑져야 본전'인 예보 때문에 '연구하는' 예보관도 늘고 있다. 청주기상대는 한달에 한번 자체 세미나, 분기별로 유관기관과 세미나를 열고 틈틈이 기상청 내 기상대학 강의로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점점 더 변덕스러워지는 날씨, 그럴수록 청주기상대 예보관들은 고되지만 더 보람찬 여름을 맞고 있다. / 김미정 mjkim@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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