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정신은 '오리무중'

여름방학을 맞아 운천동 고인쇄박물관을 찾았다. 박물관에 다다르자 담장이 철거된 채 포크레인 등 중장비의 소음이 가득해 한창 공사중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청주시 운천동에 위치한 고인쇄박물관이 직지문화특구 및 광장조성 사업이 한창인가운데 입구표지판과 공사양해 글은 찾아볼 수 없어 관람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청주시가 고인쇄박물관과 주변을 특색있게 정비해 시민들에게 볼거리와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고인쇄문화가 살아 숨쉬는 문화명소로 만들기 위한 직지문화특구 및 광장조성 사업이 한창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박물관을 향해 걷기 시작하자, 직지 세계화를 부르짖는 것이 무색하리만큼 실망감이 밀려왔다. 물론 시공사에서 공사기간과 책임자 등을 명기한 안내판이 정문 근처에 세워져 있긴 했지만, 주차장에서 박물관 입구를 인도하는 안내판도 없고, 공사에 따른 불편사항에 대한 양해의 글 같은 것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고인쇄박물관은 금속활자 직지가 처음 인쇄된 곳을 기념하고 그 사실을 널리 알리려 세워진 곳이며, 또한 우리 청주 시민에게는 우리 고장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는 곳이기도 하다. 그에 걸맞게 청주시는 직지의 브랜드화 등 직지를 전국적, 아니 국제적 이미지화하기 위해 그동안 많은 예산과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만큼 고인쇄박물관은 우리 청주시민이 즐겨 찾는 곳만이 아니라 방학을 이용해 전국의 어린이들이 찾아오는 의미 있는 체험학습의 장이 되었지만, 관람객의 위한 서비스는 멀어도 아직 멀었다.

"저희 고인쇄박물관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다 특색있는 문화명소를 만들기 위해 공사 중에 있습니다. 다소 불편하시더라도 양해해 주시고, 의미있는 관람 되시기 바랍니다."

직지문화특구가 조성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시민이 그다지 많지 않고, 전국의 다른 고장에서 고인쇄박물관을 찾아오는 외지 방문객을 위해서도 공사의 성격을 알리는 이런 표지판 정도는 세웠어야 하지 않을까? 자그마치 공사 기간이 몇 달이나 이어지는 데도 외지에서 찾아오는 방문객은 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정문이 어디이며, 박물관 입구가 어디인지 쉽게 찾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고인쇄박물관 입구에 들어서자, 매표소에서부터 해설사까지 관람객의 위한 서비스 정신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표를 구매할 때도 아무리 아이들이 구매 대상이라 해도 "어서 오세요. 몇 분이 오신건가요?" 등 존칭어를 써야 하는데 동반하는 어른에게조차 자신보다 어려서인지 반말인지 존댓말인지 어물쩡 묻고 확인하는 어투였고, 해설사에게 해설을 들을 수 있을까 부탁하자 해설사 역시 피곤한 듯 "방금 설명을 하고 왔는데…" 희미한 답변뿐이었다. 같이 갔던 학생들도 당황해하며 해설사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총 사업비 12억원이 투입되는 직지문화 특화거리 및 광장 조성 사업, 청주시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새로운 기록문화의 명소가 되도록 공사에 심혈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밝혔지만, 진정한 문화특구 거리가 되고 직지를 세계 속에 알리려면, 작지만 관람객이 피부로 느끼는 작은 서비스 정신부터 바로잡아야 겠다.

아직도 공사 기간이 한 달여 남아 있고 방학을 이용한 관람객도 증가할 것이다. 이제라도 공사 양해 표지판도 설치하고, 이왕에 봉사로 애쓰는 해설사들도 그 아름다운 봉사 정신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관람객을 우선시하는 서비스 정신을 되찾아야 겠다. 이런 작은 친절을 바탕으로 청주의 아니 세계 속의 진정한 기록문화 명소로의 변신을 기대한다.

/ 송성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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