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은 예년과는 달리 아직까지 푹푹찌는 폭염도, 잠 설치게 하는 열대야도 없었다. 우리 가족은 수년 전부터 붐비는 바닷가를 가는 대신 도내 한적한 곳을 골라 하루, 이틀 정도 조용한 휴가를 보내고 있다. 이번에는 어른들을 모시고 수안보와 청풍지역을 둘러 보기로 했다.

첫날 수안보는 참으로 조용했다. 수안보 상인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여기가 관광지인가 싶을 정도로 거리가 한산하였다. 더운 여름에 뜨거운 온천이 다소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인듯 싶기는 하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관광특구라는 명성이 무색하리만치 너무도 인적이 드물었다.

온천욕후 저녁에는 제법 유명하다는 음식점을 찾아 산채정식을 맛나게 먹고 나니 마땅히 가족끼리 할 일이 없었다. 마침 호텔 지하에 있는 나이트를 노래방 삼아 가족들끼리 서로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주인 말을 들어보니 본래는 노래방 손님을 따로 받지 않지만 워낙 경기가 없다보니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고 있다고 한숨 겸 푸념이다.

다음날 충주호 유람선을 타러 갔다. 작은 유람선은 몇 번 타본 경험이 있어 이번에는 대형 유람선을 한번 타보겠노라고 한참을 수소문해 한 시간 남짓 승용차를 몰고 청풍나루로 향했다. 청풍나루는 마침 청풍문화재단지와 인접해 있어 제법 많은 인파로 붐비었다. 수안보에 비해 참으로 다행이다 싶었다.

그런데 표를 끊고 가족들과 함께 승선하여 객실에 들어서는 순간, 모두들 코를 막고 말았다. 객실 내부의 냄새가 너무도 역겨웠다. 그 냄새의 진원지는 단체관광객의 막걸리와 집에서 가져온듯한 절임류 안주인듯 했다.

관광객들의 땀 냄새에 음식 냄새까지 뒤섞여 해괴한 냄새가 객실안을 진동하고 있었다. 아이가 코를 막았지만 휴가철에는 다 그런 거라고, 또 냄새는 조금 있으면 금방 익숙해진다고 다독이고는 객실 밖으로 나왔다. 밖에는 구담봉, 옥순봉, 제비봉, 옥순대교 등 단양팔경의 시원스런 절경들이 장관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장회나루에서는 또 다른 난리가 났다. 요즘 많은 관광객들이 자동차를 이용하는지라 아마도 왕복표를 끊어서 승선한 듯 보였다. 그런데 장회나루에 도착하자 다들 배에서 내려서는 물위에 떠 있는 좁은 승강장에서 다른 배로 바꾸어 타라는 것이었다. 장회에서 내리는 손님과 새로 타는 손님, 청풍호로 돌아가는 손님 또 충주호까지 돌아가는 손님이 뒤엉켜 그야말로 우왕좌왕, 야단법석이었다. 승객들을 향한 짜증섞인 멘트까지 시끄러운 스피커를 통해서 들려 오니 그야말로 여행기분을 확 망치고 말았다.

돌아오는 길에 제천 금수산 자락에 위치한 능강솟대문화공간을 찾았다. 그 곳에는 실내외 작품 전시장을 비롯하여 야생화단지, 소나무 숲으로 이어진 산책로, 그리고 청풍호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 굴피정자 및 휴식공간 등 공간 자체를 하나의 예술품으로 조성하였으며 최근 솟대조형연구실과 솟대만들기 체험관이 마련되어 있는 멋진 곳이었다.

물론 여행은 상대적인 것이어서 모두에게 만족스런 상품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미 연간 해외로 나가는 관광객이 천만을 넘어섰고, 또 주 5일제가 되면서 승용차를 이용한 가족단위 관광객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차에, 관광충북을 기치로 외지 관광객을 우리 지역으로 유인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찌해야 할 것인지 참으로 진지한 고민을 해보아야 할 것 같다.

가까이는 인근의 경상도, 동해와 서해바다 그리고 제주도 나아가서는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의 관광상품과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는데 말이다. 명확한 답을 내기 어려운 이러저러한 생각을 이어가자니 자꾸만 수안보 관광특구의 한산함과 장회나루에서의 혼잡함이 뒤섞여 나를 더욱 더 어지럽게 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시원한 해답은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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