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주말엔> 진천 농다리·종박물관

한 여름 무더위가 막바지 기세를 부리고 있다.
태풍 모라꼿의 영향으로 전국에서 집중호우가 내렸지만 학생들의 방학을 마무리하면서 가족들과 함께 돌아 볼 가까운 야외를 찾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진천의 대표적 문화재인 농다리와 국내 유일의 종박물관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둘러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천년의 숨결을 간직하고 있는 농다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찾는 관광객들이 많았지만, 최근에 잠시 쉴 수 있는 정자와 산책로를 조성해 가족단위의 방문객들이 부쩍 늘었다.
청주권 뿐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가족단위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진천종박물관은 여름방학을 맞아 세계의 종 전시회 뿐 아니라 다양한 체험행사를 운영하고 있어 학생들이 많이 찾고 있다.

# 천년의 신비 농다리

수많은 설화와 전설,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천년의 숨결을 이어온 농다리(지방유형문화재 제28호)는 진천읍에서 남동쪽으로 6km 거리, 진천 읍내를 관통하는 백사천과 이월면을 적시는 덕산 한천이 합류해 흐르는 세금천에 놓여 있다.

자연석으로 만들어진 가장 오래된 다리인 농다리는 길이 93.6m, 너비 3.6m, 두께 1.2m, 교각 폭 80cm이며 건너편 산정에서 바라보면 영락없는 지네모양이다.거대한 지네가 몸을 슬쩍 튕기며 물살을 가로지르는 형상이 볼 수록 신비롭다.옛부터 다리는 마을과 마을,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삶을 엮어가는 수단, 또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고 마음과 마음을 연결해 주는 통로로 오래된 다리일수록 얽힌 사연도 넘쳐나게 마련이다.하지만 천년의 이야기를 침묵한 채 사람들의 발길만을 잇고 있는 농다리는 전설이나 설화가 넘쳐나 신비함을 더해주고 있다.수양버들처럼 유연한 몸매와 교각의 독특한 돌 배치는 백곡천의 물까지 합수해 내려오는 세금천의 만만찮은 물살을 견디기 위한 건축공법인 셈이다.더욱 놀라운 것은 이 돌다리에 담긴 동양철학이다.교각부터 상판석까지 다리 전체는 사력암질의 붉은색 돌을 그대로 사용했는데 이는 음양의 기운을 고루 갖춘 돌이라는 고서의 기록에 따른 것이며 하늘의 기본 별자리인 28수를 응용했고 장마때면 물을 거스르지 않고 다리 위로 물이 넘어가게 만든 수월교라는 점에서 옛 선인들의 지혜에 탄복하게 한다.농다리를 건너면 우측에는 옛날 풍류가 느껴지는 정자가 있고 그 뒤로 있는 산책로를 따라가면 초평호로 이어지며 수변데크에서 바라본 풍광이 마치 한폭의 그림 같다. 진천군 관계자는 "천년의 신비를 간직한 농다리를 찾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으나 주변 여건이 미비해 정자와 산책로 등을 조성하게 됐다"며 "앞으로 농다리의 원형을 보존하는 것은 물론 주위 자연 경관을 살리면서 방문객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장인의 숨결 종박물관 국내 유일 진천종박물관은 복잡한 도심 속에서 만나는 여느 박물관과는 다르게 공원 속에 자연과 조화롭게 조성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종(鐘)을 형상화 한 건물에서 귀보다 먼저 눈으로 종소리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박물관은 우리나라 종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성덕대왕 신종을 비롯해 모두 150여개의 범종을 전시해 한국 범종의 역사와 특징, 범종제작 과정 등 종에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 주변에는 행사나 체험학습 활동이 가능한 야외무대와 휴식공간으로 역사테마공원이 자리하고 있으며, 상원사 종과 성덕대왕 신종 복제품을 세워 타종 체험을 할 수 있다.

또 어린이와 관람객을 위해 체험공간을 마련하고 종문양 탁본체험, 천연비누에 종 문양만들기, 토종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런 가운데 진천종박물관이 세계의 종을 테마로 한 전시전을 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개인종 수집가인 하정희·이재태 부부가 오랜 세월 모아온 세계의 종으로 아프리카에서 유럽,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에서 만들어진 인물을 표현한 갖가지 다양한 종 400여점을 전시하고 있는 것.

이번 작품은 엘리자베스 여왕 시리즈를 비롯해 인물을 형상화한 다양한 종으로 언뜻 보기엔 작은 인형 같지만 몸통 속에 작은 추가 달려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 부부는 앞으로 부부가 수집한 많은 종들을 테마별로 정리해 유리 및 크리스탈 종, 역사적인 기념 종, 탁상이나 식탁위의 데스크 종, 치는 종인 공(gong), 장난감이나 시계 등에 표현된 다양한 형태의 종 등을 테마별로 구분해 매년 5월 5일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외국 유학 시절 우연히 종을 접해 무엇에 홀린 것처럼 수집을 시작하였다는 이 부부는 "종은 소리도 중요하지만 한 시대를 반영하는 문화인류학적, 미적인 관점에서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부부는 또 "수집은 사라져가는 물건에 다시 혼을 입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세계의 종 속에 기성세대들이 갖고 있던 지나간 세월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더듬어 보는 것도 괜찬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유승훈 / 진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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