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동은 청주시의 중앙에 위치해 있으며, 동은 무심천을 경계로 서문동, 서는 사창동, 남은 모충동, 북은 운천동이 접해 있는 곳이다. 본래 청주군 서주내면의 지역으로서 조선시대에 이곳에 사창이 있었으므로 사창이라 했다. 1914년 행정구역의 폐합에 따라 내수동(內水洞)을 합하여 사창리라 하여 사주면에 편입되었다가 1963년 청주시 도시개발계획에 따라 사창리 일부를 분할하면서 이곳에 있는 사직단의 이름을 따서 사직동이라 했다. 그후 도시팽창 및 인구증가에 따라 1982년 9월 1일자로 사직1동과 2동으로 분동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아직까지 하늘이 쓰레기라도 주울 수 있는 기력을 허락해 주고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몰라, 앞으로 한 20년은 더 쓰레기를 주울 생각이야."

▲ 청주시 사직1동에 살고 있는 이상철(80)할아버지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계절에 상관없이 매일 동이 트기도 전인 새벽 5시 30분에 빨간 목장갑을 끼고 커다란 비닐봉지 두 장을 들고 거리를 청소하기 시작해 주민들에게 상쾌한 아침을 선물한다.

동(東) 트기도 전인 새벽 5시 30분. 고요한 적막만이 흐르는 시각. 삐그덕 하며 어디선가 철재 대문을 여닫는 소리가 나지막히 들려온다.

이는 청주시 사직1동에 살고 있는 이상철(80)할아버지가 밤사이 버려져 있는 쓰레기를 주우려 대문밖을 몰래 나서고 있는 중이다. 잠자고 있는 할머니가 깰까 싶어 항상 조심스럽게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는 할아버지는 십 수년을 같은 시각, 같은 복장으로 새벽녘 동네 청소봉사를 하고 있다.

'청소의 달인' 답게 할아버지의 복장 또한 유별나다. 공사장에서나 쓸 법한 빨간목장갑을 낀 양손에는 커다란 비닐봉지 두 장이 쥐어져 있다. 한쪽은 재활용 쓰레기 전용, 다른쪽은 일반 쓰레기를 담아내기 위함이다. 허리춤에는 쓰레기를 주을 때 쓰는 집게가 꽂혀져 있고, 옆에는 마실물을 담은 작은 통이 자리잡고 있다.

이렇게 중무장을 한 이상철 할아버지는 아직 동네 골목길 어둠이 거치지 않은 터라 처음에는 눈에 띄는 큰 오물들을 먼저 줍는다고 한다. 빵봉지, 빈 우유곽, 아이스크림 껍데기 등이 비어있던 큰 비닐봉지에 차곡차곡 쌓여간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할 뿐 깨끗한 거리 전도사인 이 할아버지의 작업은 날이 밝아오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길바닥에 붙어있는 껌을 주머니속 송곳을 꺼내 떼내고, 완벽한 마무리를 위해 흙을 뿌리고 발로 비비는 작업도 잊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벽과 전봇대에 붙어 있는 벗겨져 나간 전단지를 깔끔하게 제거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이와 같은 작업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계절에 상관없이 매일 해오고 있는 할아버지의 일상이다. 올해 여든인 할아버지의 이 같은 노력으로 사직1동은 언제나 상쾌한 아침을 맞고 있었다.

"청소하시면서 힘들었던 적은 없으셨나요"라고 질문을 하자 이 할아버지는 "남의 집 대문 앞 바닥에 붙어 있는 껌을 떼주려 할 때 집주인이 나와 남루한 내 복장을 보고서는 새벽부터 왜 남의 집을 서성이냐, 얼른 다른데로 가라"고 소리치는 사람이 간혹 있다며 힘들었던 상황도 털어놨다.

이윽고 "내가 운전하는 양반들께도 꼭 한 소리 하고 싶소"라며 할아버지는 기존과 다른 강한 어조로 말씀을 이어갔다. "차를 주차하고 온갖 쓰레기(담배꽁초, 껌 종이, 종이컵 등)를 자기차 운전석 아래에다 몰래 버리는 경우가 요즘 부쩍 많아 졌다"며 "제발 차안 쓰레기좀 밖으로 버리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 했다.

30여년 공직에 있었던 이상철 할아버지의 봉사는 1989년 퇴직했던 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난히 아이들을 이뻐했던 할아버지는 그해 6월 도청 후문에 위치한 중앙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저학년으로 보이는 초등학생이 차에 치여 병원으로 후송되는 교통사고를 목격하게 된다.

그때부터 올해 4월까지 할아버지는 중앙초등학교 앞에서 등하굣길 교통정리 봉사를 했다.

깃발 두 개를 오르락 내리락하며 호루라기를 입에 문 채 어린 학생들의 안전한 보행을 위해 애썼다. 몇몇 얌체 운전자들이 할아버지의 수신호를 무시하고 무작정 돌진하는 바람에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컷던 이상철 할아버지는 행복한 마음으로 오랜시간 이 일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자전거가 유일한 교통수단 이었던 할아버지. 푹푹 찌는 한여름 아이들 교통지도를 무사히 마치고 집으로 귀가하면 온몸이 땀으로 범벅 되기 일쑤였다.

"그당시 우리 할멈이 무척 고생했지, 더구나 다리관절이 안좋아 거동이 불편했음에도 불평없이 내 빨래를 다 해줬으니 말이야"라며 아내 신옥출 할머니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아끼지 않았다.

특유의 부지런함에 대해 천성(天性)이라며 웃고 마는 이상철 할아버지는 "아퍼서 집에만 들어앉아 있는 친구들을 보면서 '난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라는 생각을 간혹 하게 된다. 건강하니 봉사도 하고 봉사를 하니 더욱 건강에 자신감이 생겨간다"라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내 수족(手足)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자전거를 타고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 마을 대들보1

사직1동 여성자율방범대(대장 김은숙)는 지역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등 각종 봉사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 1972년 발족한 여성자율방범대는 현재 10여명의 회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봉사단체에서는 매일 관내 한벌초등학교 앞길에서 어린이 등하굣길 안전을 위해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으로 이곳에서 단 한건의 등하굣길 아동 교통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 대원들은 열과 성의를 다하고 있어 칭찬이 자자하다.

또 매월 한 차례씩 관내 곳곳을 다니며 아동지킴이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사직1동은 타지역에 비해 노인인구 비율이 높다. 때문에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봉사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다. 이에따라 여성자율방범대는 이 부분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우선 관내 평화아파트 경로당과 자매결연을 맺고 청소를 비롯, 경로잔치와 효도관광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밖에 장애인복지시설도 주기적으로 방문, 시설청소와 함께 김장담가주기 등 봉사활동도 펼쳐 주위로 부터 많은 박수를 받고 있다.

김은숙 대장은 "대원 모두가 바쁜 생활 속에서도 각종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해 주고 있어 항상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사직1동 여성자율방범대는 지역의 궂은 일에 앞장서는 봉사단체로서 더욱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 마을 대들보2


국일신협 봉사대는 사직1동 관내의 깨끗한 거리환경 조성에 앞장서는 봉사단체로 지역에서는정평나 있다.
지난해 4월 발족한 국일신협 봉사대는 최은자 대장을 비롯 20여명의 회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봉사대는 매월 2차례 관내 주요 지역에서 전 대원이 참석해 대청소를 실시하고 있다. 또 정기적으로 우암산을 비롯한 주변 산에서 쓰레기를 줍는 등 정화활동도 펼치고 있다.

특히 국일신협 봉사대에서 역점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지역주민 화합이다. 이를 위해 등산대회를 분기별로 열고 있다. 이 봉사단체는 발족한지 1년4개여 정도로 짧지만 최대장을 포함한 20여명의 회원들의 열정은 다른 봉사단체보다 뜨겁다.

최은자 대장은 "발족한지 얼마안돼 추진한 사업은 미약하지만 앞으로 여러가지 지역 현안 해결에 앞장 서 사직1동 주민들 모두가 잘사는 동네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며 "봉사의 손길이 필요한 지역주민들은 언제든지 연락을 주면 바로 달려가 도움의 손길을 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국일신협 봉사대는 사직1동 노인들이 많이 살고 있고 특히 혼자 외롭게 지내고 있는 노인들이 비교적 많아 이들을 대상으로 한 봉사활동에 주력할 계획이다. 청소를 비롯한 김장담가주기와 밑반찬 만들어 주기 등 사업을 통한 함께 더블어 사는 따뜻한 사직1동 만들기에 앞장 설 예정이다. /중부매일

키워드

#연재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