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환 교수 「문화도시 문화복지」서 문제제기

조급한 계획안 선정·잦은 설계 변경 문제

한국의 건축물들은 아름답지 않다. 아무리 정부에서 「1%법」을 권장하고 청주시가 해마다 「아름다운 건축물」을 선정하더라도, 이런 노력만으로는 건축문화에 대한 전반적 몰이해를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 건축물은 왜 아름답지 않은가. 이에 대해 부경대 건축학부 김기환교수는 최근 「문화도시 문화복지」 89호에서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사례로 그 원인을 진단하고 있다.

지난 올림픽 동안 전세계인들에게 수려한 자태를 과시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문화의 불모지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1957년부터 3년간 실시한 국제현상설계끝에 덴마크 무명건축가 웃존(Jom Utzon)의 계획안을 선정, 14년 공사끝인 1973년 개관했다. 하지만 웃존의 계획안은 당초 심사 첫날 본선탈락됐으나 심사에 하루 늦게 도착한 당대의 거장 사리넨(Ero Saarinen)이 발견, 추가로 추천했던 것이었다.

당선작 선정 후에도 장애가 적지 않았다. 구조적인 안전성 문제와 건설상의 어려움으로 인해 영국의 구조설계팀에게 특수엔지니어링 기법을 요청하였고 당초 설계비보다 더 많은 돈이 투입된 부챗살 공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또한 천문학적인 1억2천만달러의 공사비도 논란이 됐으며 공사비 유용에 따른 불상사도 있었고 내각도 바뀌는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당초 오페라하우스를 설계한 웃존은 단 한번도 자신의 작품을 찾지 않았다. 공사 중 호주 정부가 예산상 이유로 실내 내장공사를 바꾸자 아예 호주를 떠나버렸던 것.
이같은 건립과정을 소개하면서 김교수는 한국의 건축물 건립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우선 오페라하우스가 3년간의 국제현상설계를 실시했으며 퐁피두 문화센터가 30년이라는 시간을 필요로 했던 반면 한국에서는 현상설계 심사에 한나절만 소요될 만큼 계획안 선정이 너무 조급히 이루어진다는 것. 덧붙여 그는 원대하고 치밀한 설계를 위해서는 장기계획이 필요한 만큼 문화시설에 한해 일년 단위 회계년도 정산방식에서 해방시킬 것을 제의하고 있다.

두번째 문제점은 계획 및 설계의 잦은 변경. 몇번이고 뜯어고쳐서 원래의 계획안과 딴판인 건축물이 양산되는 것이 바로 이 때문. 그는 건축가들이 자신의 상상력에 위배되는 건축주의 무리한 요구나 관습 등에 타협말고 고집을 지켜줄 것을 당부한다.

이와 함께 그는 미술관 등 문화시설이 도심 외곽에 위치함으로써 일빈인들의 접근을 어렵게 하는 현실도 문제삼는다.
마지막으로 김교수는 『시드니 오페라하우스가 명품이 된 것은 호주 국민 모두가 문화적인 힘을 합쳐 부가가치 높은 건물을 지으려고 노력한 결과』라면서 개별 건물들이 부가가치를 지니도록 건축주들의 의식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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