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물결 출렁이는 가을 들녘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풍요롭고 평화로움을 느끼게 한다. 가을은 봄에 뿌린 씨앗이 자연의 오묘한 힘과 농부의 정성어린 보살핌 속에 위대한 걸작으로 결실을 이루는 계절이다. 봄이 시작이라면 가을은 완성을 뜻하고 있어 계절의 변함과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음을 암시해준다.

따라서 가을은 우리에게 넉넉함도 주면서 한편으로는 허전함과 함께 짙은 사색에 잠기게 하고 지나온 시절과 어릴 적 소꿉친구, 부모님, 은사님 등 정겨운 사람들을 그립게 한다.

가을엔 마음속 추억의 사람들에게 달려가고픈 충동으로 편지의 유혹에 빠져듦은 물론 거리의 빨간 우체통에 대한 향수가 밀려온다. 누구나 한번쯤 길모퉁이 한 자락에 우뚝 서서 반갑게 인사하는 빨간우체통에 대한 추억이 있을 것이다.

품에서 꺼낸 따뜻한 편지봉투를 우체통에 넣을라치면 어릴 적 설레는 마음으로 편지를 넣는 어린 나와 마주치게 된다. 장년의 필자를 소년의 풋풋한 동심세계로 이끌어주는 우체통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우리를 이어주는 교각이다.

우체통이 처음 등장한 것은 1653년 프랑스 파리에서인데 우표가 발간되기 전부터 편지수신인이 요금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우체통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체통은 1884년 우정총국이 출범하면서 암갈색 벽걸이 나무우체통이 시발이다. 그 후 재질과 형태·색깔이 몇 차례 바뀌었고 1984년부터 현재 빨간우체통이 끈끈한 정이 있고 인간미 있는 편지의 상징이 되었다.

세계의 모든 우체통이 모두 빨간색은 아니고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은 노란색이며 중국과 아일랜드는 초록색 우체통을 사용하는데 빨간우체통을 사용하는 나라가 대부분이다. 우체통은 편지를 담는 역할뿐 아니라 독도나 백령도, 마라도 등에 세워진 우체통은 나라의 영역을 나타내는 중요한 경계표시이기도 하다.

정보통신산업의 발달에 따라 점차 개인 간 정을 담아내는 편지가 줄어들고 있고 거리의 빨간우체통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어 우정에 몸담고 있는 필자로서는 더욱 안타깝다.

지식경제부에서는 풍요로운 가을을 맞아 국민들의 정서함양과 편지쓰기문화 정착을 위하여 제24회 가을맞이 편지쓰기 대회를 개최한다. 응모대상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초등부, 중·고등부, 일반부로 나누어 실시하고 주제는 자유이며 기간은 10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이다.

편지쓰기는 자라나는 청소년에게는 글 쓰는 능력을 향상시켜줌은 물론 정서가 함양되고 올바른 인격형성과 상상력이 풍부해지는 등 이로운 점이 매우 많다. 편지 속에는 보낸사람의 정성이 담겨져 있고 받을때의 기쁨과 설레임이 있으며 기다림이라는 낭만이 있다. 요즘 인정이 메말라가고 개인주의 사회로 옮겨감에 따라 편지쓰기문화의 정착으로 밝고 명랑한 사회조성이 시급하다.

황금빛 들판과 가지각색의 옷을 입은 나무들이 향연을 벌이는 이 가을에 옛 추억도 더듬어보고 동심의 세계도 그려보면서 정답고 그리운 사람들을 지면으로 불러보면 가을이 더 향기롭고 저물어가는 현재의 아쉬움이 덜한 좋은 추억이 되지 않을까 제안해본다.

/홍석원 보은우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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