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연중의 발명세상 <22>덴함의 자동판매기

주인 없는 친절한 가게. 이름하여 자동판매기.

커피를 비롯한 각종 음료, 라면을 비롯한 각종 식품, 심지어는 전철승차권과 책까지도 돈만 넣으면 척척 내주고 거스름돈까지 정확하게 챙겨주는 자동판매기.

1920년부터 지구촌의 귀염둥이 가게 주인으로 등장한 자동판매기의 뿌리는 사실 150년이나 된다. 발명사의 기록에 따르면 첫 번째 발명가는 영국의 덴함.

당시 영국에서는 동전을 넣으면 움직이는 놀이기구가 유행하고 있었다. 당시의 이 놀이기구는 지금의 전자오락기구만큼이나 인기가 있었다. 이 놀이기구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호기심뿐이었다.

그러나 덴함의 경우는 달랐다.

'동전을 넣으면 일정한 시간동안 움직인다. 어떤 원리일까?'

덴함의 의문은 의외로 쉽게 풀렸다. 놀이기구 제작회사를 찾은 덴함은 너무나도 간단한 원리에 허탈한 생각까지 들었다. '동전의 무게로 작동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기구'라는 기술자의 설명을 믿고 싶지가 않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덴함은 기발한 착상을 떠올렸다. 동전의 무게로 물건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자동판매기를 생각한 것이다.

1857년 덴함은 1페니를 넣으면 그것이 슈트에 전해져서 떨어지고, 이때 용수철의 끝이 벗겨져서 우표가 나오는 자동판매기를 발명하게 되었다. 당연히 특허로 출원해 등록을 받았다.

덴함이 영국 발명계의 화제의 인물로 등장하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바로 실용화되지는 못했다. 우선 투입된 동전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구분할 수 있는 동전감지기가 아직 발명되지 않았고, 당시만해도 자동판매기가 절실히 필요하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1880년대 공중전화기의 등장과 함께 개선이 이뤄지고, 1900년대 들어 진가가 오르기 시작했다.

발명가 덴함은 가고 없지만, 지구촌 구석구석에 자리한 자동판매기마다 덴함의 영혼은 살아 숨쉬고 있다.

/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 겸임교수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