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허 재난 미리 대비하자
(4)재난을 보는 현실-충북 남부

예측불허 재난 미리 대비하자
중부매일· 충북대 국가위기관리연구소 공동기획
(4)재난을 보는 현실-충북 남부


보은·옥천·영동으로 이루어진 충북 남부지역은 서쪽으로 금강이 흐르고 동쪽으로 소백산맥이 솟아있다.
금강은 한강, 낙동강에 이어 3번째로 긴 강으로 이에 따라 이 지역은 금강과 관련된 재난 피해가 잦다.
여름철 집중호우가 내리면 금강 수위의 변화에 따라 농경지와 주택 침수가 빈번히 발생하고 피서객들의 수난사고로 매년 10여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고 있다. 과수재배 농가들의 하우스 재배시설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 금강 본류 마을 하천으로 역류= 옥천군 동의면 적하리 주민들과 영동군 심천면 기호리 마곡천 주변 주민들은 매년 여름만 되면 밤잠을 설친다. 마을이 서해로 흘러들어가는 금강의 길목에 있다 보니 비라도 내리면 금강의 본류가 마을의 소하천으로 역류해 마을이 침수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동이면 적하리는 마을을 남쪽에서 서쪽으로 감싸고 도는 하천은 금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그렇다 보니 마을 하천이 금강 수계와 만나는 지점을 중심으로 호우 시 금강의 수위가 높아지면 물이 역류해 범람 피해를 본다. 특히 지난 2002년 태풍 루사 때 금강의 본류가 마을 하천을 따라 역류하게 됐고 대부분의 농경지와 주택이 침수됐다.

▲ 영동군 심천면 기호리영동군 심천면 기호리 마곡천으로 금강의 수위가 높아지면 금강의 본류가 마곡천을 타고 흘러들어 주변지역이 범람피해를 입는다. 또 영동군 심천면 기호리 마곡천 부근 주민들은 올해 7월 120㎜가량 내린 비로 금강의 수위가 높아져 인근의 포도재배 농가와 농경지가 물에 잠겼다. 주민들은 제방이나 수문의 설치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배수펌프 시설만이라도 갖춰 피해를 줄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 하우스 재배 농가 강풍·폭설 피해=포도와 배 등 과수를 재배하는 하우스 농가가 많은 옥천군 옥천읍 가풍리는 기온이 낮고 바람이 강해 해마다 강풍과 폭설로 인한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 옥천군 옥천읍 가풍리옥천군 옥천읍 가풍리에서 지난 6월 강풍으로 포도재배 하우수 시설을 고정하는 골조 시설이 뿌리 채 뽑히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지난 6월 말께에는 포도 재배 하우스시설이 강한 바람에 하우스를 고정하는 골조의 일부가 땅에서 뽑혀 시설물 피해가 났다.
하우스 재배 농가에서는 만일의 강풍에 대비해 하우스 중앙문을 닫아 바람이 지나도록 하고 있지만 무더운 여름 하우스의 문을 닫으면 고온으로 작물 피해가 발생해 이마저도 뚜렷한 대비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문을 열어 온도조절을 하면 바람이 불 경우 하우스 안에서 회오리 바람이 형성돼 시설물 피해를 보게 된다.

폭설이 내릴 경우에도 천장의 개폐기를 이용하거나 열풍기를 작동해 시설물 피해를 줄일 수 있지만 이 경우 작물이 냉해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이 마을은 지난 2005년에도 한밤 중에 내린 기습폭설로 60여 포도농가 중 절반의 하우스가 폭설에 고스란히 무너져내렸다.
거풍리 방창진 이장은 "정부에서 하우스 시설 설치를 지원해주는 보조금이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져 인건비 등을 제하고 나면 견고한 하우스를 지을 수 있는 자재비가 턱없이 부족해 하우스를 튼튼하게 만들 수도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 영동·옥천 올 수난사고사망 9명= 영동과 옥천의 금강유역은 깨끗한 물과 수려한 경치로 여름철 피서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지만 수난사고 위험지역이라는 오명도 쓰고 있다.
충북도소방본부의 올들어 발생한 수난사고를 분석한 결과 모두 47건이 발생해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중 영동·옥천에서만 9명이 숨져 53%를 차지했다. 특히 수난사고 9건 모두 사망사고로 이어졌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수난사망사고 9건 모두 토·일요일에, 수영이나 다슬기채취를 하다가, 타지역민인 것으로 분석됐다.

충북도소방본부 허창구 소방장은 "하천이 갑자기 깊어지는 지형의 특징을 잘 모르는 타지인들이 안전장비 없이 물속에 들어갔다가 화를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가장 깊은 곳은 6m에 달한다"고 경고했다.
2006년부터 도내 수난사고 주요발생 분석을 보면 모두 94개 지구 중 51%인 48개 지구가 남부 3군에 집중돼 안전시설 보강이 필요한 실정이다.

◆ 제방보다 낮은 저지대 상습침수= 보은군 내속리면 사내리 사내5구는 인근의 하천 제방보다 주택의 지붕이 낮게 형성되어 있을 정도로 저지대다. 1974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마을주민들은 대거 사내 5구 저지대로 이주하게 되었다.

▲ 보은군 내속리면 사내리보은군 내속리면 사내리 제1구와 5구 지역의 150가구가 인근 재방보다 낮은 곳에 위치해 저지대 범람 피해를 입고 있다.

특히 마을을 통과하는 하천의 범람을 막기 위해 제방 축대를 높이 쌓았으나 주민들은 지대를 높이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사내 1구와 5구는 소방방재청 재난 보호지구로 지정돼 모두 29억원을 지원받고 있으며 지원금은 노후되거나 범람 위험을 높이는 교량을 정비하는데 주로 쓰이지만 주민들은 지대를 높이는 데 쓰이길 바라고 있다.

충북대 국가위기관리연구소 이재은(행정학과) 소장은 "충북 남부지역의 마을은 금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하천을 중심으로 발달한 곳이 많아 많은 양의 비가 내리면 역류로 인한 피해가 자주 발생한다"면서 "수문 설치 등 소하천 정비사업에 필요한 예산 등을 마련해 피해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김미정·엄기찬

<현장에서> 재난부서에 힘 실어줘야

재난부서는 공무원들의 기피부서 1순위다.

승진 안되고 언론에서 매번 물매만 맞고 '눈·비 올 때만 일하는 부서'로 평가절하 인식하면서 재난부서 직원들조차 일하면서 힘이 빠진다고 하소연한다. 그야말로 어렵고(Difficult), 험하고(Dirty), 위험해(Dangerous) 일하기를 꺼리는 3D부서인 셈이다.

그러나 일본 등 방재선진국에서는 재난부서의 역할이 매우 크고 중요하다. 재난에 대한 관심이 행정기관, 지역주민 모두 높을 뿐 아니라 재난관리를 사전 예방과 대비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는 재난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다 보니 최소 인력에 1~2년마다 담당자가 수시로 바뀌어 책임감과 전문성이 떨어지고, 재난이 터진 후에 사태수습에만 급급하다.

재난부서는 중앙정부와의 연계가 밀접하고 유관기관과의 업무협조가 중요하며 재난관련 법령이 많아 전문성이 요구되는 부서다. 젊고 능력있는 인재들을 배치하고 각종 인센티브와 포상, 승진가산점 등을 줘 책임감과 자부심을 갖고 일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충북도내 63곳에 설치된 재해정보CCTV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작동여부를 체크하는 직원에 대해서는 열심히 일한 빛이 나도록 격려해야 한다. 그래야 충북이 재난으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다. / 김미정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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