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한 당신, 이젠 뉘우쳤나요?"
35 혜은이의 당신은 모르실거야 - 여행자 (2009)

-혜은이의 '당신은 모르실꺼야'당신은 모르실거야 얼마나 사랑했는지세월이 흘러 가면은 그때서 뉘우칠 거야마음이 서글플 때나 초라해 보일 때는이름을 불러주세요 나 거기 서있을게요두 눈에 넘쳐흐르는 뜨거운 나의 눈물로당신의 아픈 마음을 깨끗이 씻어드릴게당신은 모르실거야 얼마나 사모했는지뒤돌아 봐 주세요 당신의 사랑은 나요두 눈에 넘쳐흐르는 뜨거운 나의 눈물로당신의 아픈 마음을 깨끗이 씻어드릴게당신은 모르실거야 얼마나 사모했는지뒤돌아 봐 주세요 당신의 사랑은 나요 ● 아빠를 위해 노래를 부른다. 다시는 들려주지 못할 사랑의 노래. "…당신의 사랑은 나요"로 끝나는 이 노래, 아빠는 기억할까?
작곡가 길옥윤(1927~1995)이 패티 김과의 화려했던 콤비 플레이를 끝내고 6년 만에 발굴한 제주도 비바리 혜은이(1956년생·본명 김승주)의 1975년도 데뷔작. 158cm의 작은 체구에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맑고 단아한 목소리로 부르는 '당신은 모르실거야'는 이후 '당신만을 사랑해', '감수광', '제3한강교' 등 1980년대 초까지를 풍미했던 '길옥윤-혜은이 시대'를 여는 작품이었다. 낙랑악극단 단장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5살 때부터 무대에 섰으며 고교시절 '혜은이'라는 예명으로 야간업소에서 노래 불렀던 그녀는 지난 2007년 11년 만에 컴백 앨범 '강해야 돼'를 내고 활동을 재개했다.

그의 자전거 안장 앞에 앉아 입을 크게 벌리면 신선한 바람이 가득 들어온다. 그의 심장의 고동소리가 등으로 느껴질 땐 세상이 고작 한 줌 밖에 되지 않는 것만 같다. 또 그의 등은 얼마나 포근하던지. 넓은 등에 얼굴을 묻으면 잠들지 않아도 금방 먼 꿈나라로 날아갈 것만 같다. 그것이 사랑이라고 소녀는 생각한다. 그래서 쓴 소주를 한 잔 청해 맛보고 그를 위해 사랑의 노래를 부른다. "당신은 모르실거야. 얼마나 사랑하는지. 세월이 흘러 가면은 그때서 뉘우칠 거야." 하지만 아빠라는 이름의 남자는 고개 들어 자신을 보고 웃어주지 않는다. 딸아이의 반짝이는 눈빛도, 보석 같은 미소도 외면한다. 그리고 돌아서 가버린다. 영원히.

# "아빠가 데리러 온댔어요"

프랑스로 입양됐던 한국계 여성 감독 우니 르콩트의 반자전적 영화 '여행자'(2009·극장 상영 중)에서 9살 진희(김새론)는 한껏 신이 나서 집을 나선다. 예쁜 새 옷도 사고, 근사한 구두도 사고, 큼직한 케이크도 들었다. 하지만 진희만 남겨두고 함께 여행 간다던 아빠(설경구)는 사라진다. 낡고 추워 보이는 보육원에서 눈망울 반짝이며 다가오는 아이들과 함께 살고 싶지 않은데 그냥 '손님'이고 싶은데, 원장님도 보모 아줌마(박명신)도 자기를 '이제는 식구'라고 말한다. 그래서 싫다. 난 고아가 아닌데, 아빠가 분명 데리러 온다고 했는데….

그래도 배고프면 먹어야 하고, 졸리면 자야하고, 재밌는 인형극 보며 웃기도 해야 하는 시간들이 지나면서 진희는 '식구'가 된다. '식구'가 되기 싫어 보육원 문을 나서보기도 했지만, 아직은 혼자 여행을 떠날 때가 아님을 모를 만큼 어리지 않아서 그냥 돌아온다. 숙희언니(박도연)와 병든 새를 몰래 간호하기도 하고, 예신 언니(고아성)의 쓰린 첫사랑을 훔쳐보며 진희는 점차 아이의 표정을 찾아간다. 'K-8208'의 이름표를 단 보육원 아이의 얼굴을.

그리고 미뤄졌던 여행의 시간이 찾아온다. "그래도 난 안 가. 난 안 가." 도리질 쳐보지만 예신언니도 떠나고, "함께 가자" 손가락 걸던 숙희 언니도 떠났다. 다시는 아빠의 등에 얼굴을 묻을 수 없음을 안 진희는 보육원 구석구석을 둘러본 뒤 작은 새 묻혔던 추운 무덤에 몸을 눕힌다. 그리고 흙으로 얼굴까지 덮었다가 새로운 숨을 토해내며 몸을 일으킨다. 이제, 짐 하나 없이 홀로 먼 여행을 떠나야 할 시간이 된 것이다.

# "이제 다 잊어버려야 돼"

처음으로 수녀님 따라 주일 미사를 보러가던 날 진희는 딸아이를 데려온 어떤 아버지의 뒤통수를 홀린 듯 바라본다. "아버지에 대한 무한한 사랑에서 예수의 고통이 나왔다"며 신부님이 "아버지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절규할 때, 진희의 멍한 눈은 낯선 아저씨에게서 신부님에게로 향했었다. 하지만 진희는 불러도 대답 없을 아버지를 찾지 않는다. 대신 따스한 봄볕 아래, 이별을 앞둔 보모 아줌마에게 '당신은 모르실거야'를 불러준다. 고작 한 번의 겨울을 지났을 뿐인데도 진희의 이 두 번째 노래는 처음보다 어찌나 많이 쓸쓸한지.

1975년 서울 근교 보육원에서 '고향의 봄'을 들으며 진희는 떠나간다. 그리고 비행기 안에서 아버지의 자전거, 그 따스했던 등과 숨소리를 떠올린다. 그렇게 이 착한 아이는 "아버지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절규하는 대신 "뒤돌아 봐 주세요. 당신의 사랑은 나요" 노래를 들려주며 자신을 모질게 버렸던 땅을 떠나는 것이다. 파리 공항에서 혼자 양부모를 찾던, 두려움과 호기심으로 흔들리던 아이의 마지막 클로즈업이 잊히지 않는다. 진희와, 진희처럼 이 땅을 떠나야했던 많은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미안해서. / 박인영·영화 칼럼니스트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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