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전원 청주교육장

한 나라의 교육을 두고 백년대계란 말을 한다. 교육계획은 백년 앞을 내다보고 미래지향적인 장기 발전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의미와 함께 한번 수립한 교육계획은 백년이고 천년이고 오래도록 유지·변화·발전되어야함을 뜻한다.

오늘의 인류가 과학기술이나 민주적 정치제도 등의 혜택을 누리는 것이 몇 백 년 전부터 기초학문 분야의 연구와 교육이 끊임없이 이루어져 온 결과임을 인정한다면 '교육은 백년대계여야 한다.'는 말도 쉬이 이해할 수 있으리라.

현재의 우리 교육정책을 두고 일과성, 일회용, 면피용, 땜질식, 조령모개식, 정치성, 특혜성, 치적용, 선거용, 전시효과용이라는 비난을 들으면서도 시행착오만 되풀이 하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세계적인 문화 기류와 시대 조류가 바뀌니 교육의 일정부분은 이를 따라야할 경우도 있겠지만 교육의 기본이 바뀌어서는 안 된다. 패망한 국가들의 재기가 바로 일관성 있는 교육의 힘이었음이 이를 대변해 준다.

정책수립 배경은 차지하고라도 명문 중·고교 입학을 위한 과열 경쟁과 사교육 추방을 위해 평준화 정책을 추진했으나 세계 속의 다양한 경쟁에서 헤어나지 못하자 수월성 교육을 위해 과학고, 외국어고, 특목고, 특성화고, 자사고 등을 설립해 영재성 교육을 실시해 왔다.

명문학교가 인문계열에서 영재성 교육 학교로 자리 이동하고 대학이 간판 중심에서 개인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전공 중심축으로 자연스럽게 옮겨졌다. 그러자 특성화 내지 차별화를 내세우며 크고 작은 대학이 분별없이 늘어나 시·군마다 대학이 하나씩 있을 정도까지 되었다.

이에 편승해 사설 입시학원이 호황을 누리게 되자 도시에는 짧은 기간에 각종 학원이 급속히 늘어나 골목마다 학원 간판이 무리를 짓고 있다.

이에 정부에선 대학 입시의 경쟁을 완화하고 사교육비를 경감하겠다며 대학진학희망자수보다 입학정원을 더 많이 허가했지만 경쟁률과 사교육비는 줄어들 줄 모르고 교육당국을 비웃으며 상승일로에 있다.

일 년을 못 버티고 바뀌는 변덕스런 대입제도에 적응이 안 되자 많은 우수학생들은 외국의 대학으로 공부장소를 바꾼다.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제는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학교를 구조조정하려 들고 있다.

대통령과 국회와 정부 그리고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온통 사교육비 경감대책 마련에 매달려 부심하고 있으니 교과부가 마치 사교육비경감대책본부가 된 느낌이다. 이런 상황에도 중·고생들은 어떻게 바뀔지도 모르는 고입과 대입준비를 위해 신종 인플루엔자의 위협을 감수하면서까지 밤을 지새우고 있다.

각종입시와 채용시험이나 사법고시와 같은 각종고시 등을 시험제에서 선지원 후추점제로 전환한다고 해서 사교육비와 과열경쟁이 없어지겠는가? 공교육이 사교육을 앞지르지 못하는 한 어쩌면 이 문제는 영영 풀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태고로부터 인간뿐만 아니라 동식물 사회에서도 경쟁은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거는 최상의 수단이었다. 그것을 제도나 정책으로 근절하거나 경감할 수 있다고 덤벼드는 자체가 아이러니컬하다.

경쟁 없이 교육발전을 기대할 수 없듯이 투자 없는 교육이 국제사회에서 앞설 수도 없다. 적당한 경쟁 분위기의 조성은 물론이고, 필요하다면 과도한 경쟁에라도 뛰어 들어야 한다. 국내 대학에서 자신의 미래가 보이지 않기에 해외로 나가려는 것을 인위적인 제도의 전환으로 막으려 해서도 안 된다.

그것이 국가와 세계 인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면 당연히 더 많이 내보내 훌륭한 인재를 길러야 한다. 근시안적인 교육정책 개념을 빨리 떨쳐버리고 한번이라도 제대로 된 교육을 위한 교육정책이 마련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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